최악의 생일을 보낸 반 고흐 아저씨
속보요~ 속보!
코로나로 인한 휴관을 틈타
반 고흐의 그림이 도난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2020. 3.30. 별이 빛나는 어느 늦은 밤에
1853년 3월 30일, 인상파의 거물 반 고흐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2020년 3월 30일, 168번째 생일을 맞은 반 고흐는 생일선물 대신 황당무계한 생일 해프닝을 겪게 됩니다.
바로 자신의 생일날 그의 작품을 도둑 맞고 만 것이죠.
이 기사를 그날 새벽에 접하게 되고 굉장히 착잡한 마음이었는데요. 특히 저와 같은 반 고흐의 팬인 분들께는 실로 마음 아픈 소식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반 고흐 그림 도난 당시의 CCTV 영상 출처 호주 ABC News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휴관 중이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싱어 로렌 박물관에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한 점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박물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관을 하기 직전까지 얀 투롭, 몬드리안을 비롯한 네덜란드 화가의 작품들을 모아 [영혼의 거울]이라는 타이틀로 전시 중이었는데요. 현지시각 30일 밤에 급습한 도둑은 망치로 유리문을 깨고 박물관에 침입했으며, 경보음을 듣고 출동한 경비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작품이 사라진 뒤였다고 합니다.
도난 당한 이 작품은 바로...
반 고흐, 1884년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 반 고흐의 <1884년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이라는 작품입니다.
잠깐!
그런데, 이게 정말 반 고흐가 그린 거라구요..? 우리가 평소 알던 고흐의 화풍이랑 너무 다르지 않나요?
고흐 그림은.. 이런 느낌 아니었던가요-!
(좌측 상단부터) 해바라기, 1888 / 자화상, 1889 / 아를의 반 고흐의 방, 1889 / 별이 빛나는 밤, 1889
문득 "반 고흐는 그림을 되찾았을까?" 궁금해서 다시 찾아보게 된 이 그림! 이 그림을 보며 저처럼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반 고흐 lover in somewhere'를 위해, 오늘은 두 가지 팩트 체크를 해보겠습니다.
궁금증 1.
도난 당한 이 그림은 어떤 그림인가요?
궁금증 2.
제가 알고 있던 반 고흐의 작품이랑
왜 다른거죠?
자 그럼, 오늘의 명화 브런치 반 고흐의 <1884년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을 찾아 떠나보겠습니다.
팩트 체크1. 이 그림은 어떤 그림인가요?
(좌) 오베르-쉬르-우아즈의 교회, 1890 / (우) The School Boy, 1888 이 그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 고흐의 유년 시절로 돌아가보아야 합니다.
반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의 준데르트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테오도루스 반 고흐.(고흐의 동생 테오가 이 이름을 따르게 되죠) 네덜란드 개혁파 교회의 목사였습니다. 이러한 성장 배경으로 인해 반 고흐 역시 성직자의 길을 걷기를 원했죠. 성경 공부에 몰두하였고 할아버지,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에 지망하기도 하였지만 이내 신학도의 길을 접게 됩니다. 그리고 고흐는 (우리에게는 다행히도!) 그림으로 마음을 돌립니다. 그리고 1880년경 본격적으로 미술의 세계에 발을 디딥니다.
그림만이 나를 구원하는 힘이다
1882년, 준데르트에서 목사로 부임하던 고흐의 아버지는 뉘넨(Nuenen) 지역에서 새롭게 교회를 개척합니다. 고흐는 부모님이 있는 뉘넨으로 거처를 옮기고 이곳에서 왕성하게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하죠. 이 시기의 그림은 그의 초창기 작품들로 마을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주변의 풍경을 그려낸 것이 다수입니다.
(좌)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 (우) 스헤베닝언 해변, 1882 (이 작품 역시 도난당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밝고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후기 작품들과는 달리 다소 짙고 무거운 색감이 두드러지죠? 실제로 그 당시에는 '그림이 너무 어두운 느낌을 준다'고 하여 크게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도난당한 오늘의 작품 역시 이 시기에, 그의 아버지의 교회가 있던 뉘넨에서 그려진 것이기에 비슷한 인상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랍니다.
(좌) 뉘넨 교회를 나서는 신자들, 1884-1885 / (우) 1884년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 1884 사실 오늘의 작품 <1884년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과 비슷한 운명(?)을 가진 작품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왼쪽 그림인 <뉘넨 교회를 나서는 신자들>이라는 작품인데요. 2002년 도난 당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가 지난 2016년 마약 탐문 수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되어 다시 돌아온 작품입니다. '도난' 당했다는 공통점 뿐만 아니라 '뉘넨'을 배경으로했다는 점에서도 두 그림은 비슷하군요.(반 고흐와 그의 아버지 사이의 묵직한 에피소드도 얽혀 있는 작품이랍니다.)
팩트 체크2. 제가 알고 있는 고흐의 그림과는 무엇이, 왜 다른 거죠?
그렇다면 대체! 이토록 칙칙하고 암울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림을 그리던 고흐가, 우리가 아는 그 인상주의의 극치인 화풍으로 돌연 변신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이 시기엔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아 일본풍 배경을 많이 그렸고, 초상화나 자화상 작품도 다수 있다 (좌) 탕기 영감의 초상, 1887 / (우) 조셉 룰랭의 초상, 1889 1886년, 동생 테오를 찾아서 파리에 온 고흐는 몽마르트에 있는 동생의 아파트에 머물면서 작가 러셀, 화가 베르나르와 툴루즈 로트렉과 교류하게 됩니다. 인상파의 밝은 그림과 일본 우키요에 판화를 접하고 수집한 것도 이 시기였죠. 같은 네덜란드 화가였던 렘브란트에게서 영향을 받은 기존의 어두운 화풍에서 밝은 화풍으로 바뀌었으며, 우키요에 판화에 심취하여 자포니즘(일본풍)적인 작품을 그리기도 합니다.
(좌) 아를 포룸 광장의 밤의 카페 테라스, 1888 / (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1888 그러나 음주와 흡연으로 몸이 지칠대로 지친 고흐는 대도시의 생활을 정리하고 결국 2년 뒤 프랑스 남부의 아를로 이주합니다. 그리고는 남프랑스의 활기찬 풍경과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에 푹 빠지게 되죠. 이 강렬한 영감은 그의 작품에서 꿈틀거리는 나무와 들판, 태양처럼 작열하는 달과 별로 분출되며, 과감한 색채 표현은 한껏 강렬해집니다. 아를로 이주한 1888년부터 죽을 때까지의 약 2년 반은 그의 작품 세계의 최대 전성기이며, 이 시기의 작품들이 우리가 아는 대표작들로 알려지게 된 것이랍니다.
오늘은 도난 당한 고흐의 그림과 그의 초기 작품 세계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고흐의 그림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풀리셨나요..?
도난당한 <1884년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 이 작품은 80억 상당의 작품으로 네덜란드 흐로닝언 박물관이 소유하고 있었는데요. 앞서 말한 [영혼의 거울] 전시를 위해 싱어 로렌 박물관에 대여 중에 이와 같은 사고가 난 것이지요. 박물관 책임자 에버트 반 오스는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이 탐문 및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약 2달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의 작품은 행방불명입니다. 유독 고흐의 작품이 도난이 잦은 것 같아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마음이 아프군요..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9 하루 빨리 작품을 되찾아 고흐의 작품을 다시 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반 고흐를 위한 헌정곡 띄워드리며 오늘의 명화브런치를 마치겠습니다. 돈 맥클린이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추모하기 위해 부른 이 곡, Vincent(Starry Starry Night)을 감상하시면서.. 남은 오늘도 예술적인 하루 보내세요-!
Starry,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에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당신의 팔레트를 파랑과 잿빛으로 칠하세요
Look out on a summer's day
어느 여름날에 밖을 바라보세요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내 영혼의 어둠을 알고 있는 바로 그 눈으로
Now I understand
이제 난 이해해요
What you tried to say to me
당신이 내게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그리고 당신의 영혼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를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당신의 마음이 자유로워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도요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그들은 듣지 않았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Perhaps they'll listen now..
아마 이젠 그들이 듣게 되겠죠..
음악 - 돈 맥클린, Vincent(Starry Starry Night)
글. 아트 소믈리에 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