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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늬밤 May 21. 2020

MBTI 성격유형과 라울 뒤피 그림 이야기

스파크형 ENFP 화가는 누구일까요?




MBTI 성격유형 검사를 아시나요?

최근에 한 지인과 MBTI 얘기를 하다가 저랑 유형이 똑같다는 걸 알고 서로 어찌나 반가워했던지요! 저는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보고 생각하는 걸 참 좋아해요.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심리 테스트, 성격 테스트 이런 것들을 친구들과 많이 찾아보곤 했던 기억이 있어요.


MBTI는 성격유형 검사 중에서도 가장 널리 쓰이고 신빙성 있는 테스트로 알려져있는데요.(물론 완벽하진 않지만요-) 신기한 게, 어릴 적 제 검사 결과랑 요즈음의 결과가 상당히 많이 다르더라구요.. 

여러분의 성격유형은 무엇인가요?

(p.s. 이 글 제일 아래에 성격유형 검사 사이트를 링크해두었습니다. 여러분도 글을 다 읽으신 후 한번 확인해보셔요.)





네, 저는 '스파크형 ENFP' 입니다


한 쪽으로 확실하게 치우친 지수는 아닌걸 보니 정말 제 성격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 바뀐 것(또는 계속 바뀌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어릴 적 저는 ISTJ 였어요. '세상의 소금형'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조용조용하고 계획을 짜서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무언가 일이 진행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커서는 한동안 MBTI를 안해보다가 최근 몇 년 전에 우연히 해보았는데, 글쎄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 줄 아세요? 스파크형 ENFP 랍니다.. 정반대의 성격으로 바뀐 거죠! 아니, 아무리 평생을 살면서 성격이 바뀌는 건 당연하다고 해도 이렇게 바뀔 수가 있나요? 그 뒤로 해마다 검사를 해보고 있는데 계속 재기발랄한 활동가, ENFP 유형(저같은 MBTI 덕후들 사이에서는 쉬운 말로 '엔프피'라고 부른답니다!)으로 나오더라구요.

신기해서 이 유형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해본 결과, 네 저는 ENFP, 엔프피가 확실합니다.


아래는 ENFP 성격 분석 중 제가 생각하기에 이 유형을 대표하고, 또 저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들을 모아 본 것입니다. ENFP이신 분들, 그리고 주변에 ENFP 지인이 있으신 분들! 한번 비교해보실까요?



ENFP 성격 분석

에너지가 넘치고 파이팅이 넘치는 사람

풍부한 상상력과 영감을 가지고 있고, 즉흥적으로 일을 시작하며, 문제 해결이 재빠르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을 다 끝내기도 전에 다른 일을 벌리는 경향이 있다.

쉽게 흥미를 가지고 몰두하지만 그만두는 것도 쉽고, 싫증을 금방 느껴 끝까지 하지 못한 일이 많다.

외향적, 활동적, 사교적이다.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 중 가장 내향적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잘 다루며, 뛰어난 통찰력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을 유독 참지 못하고, 창의력이 요구되지 않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머리 속에 수많은 아이디어가 샘솟지만 실천력이 낮으므로, 우선순위를 세워 일을 수행해야 한다.



한마디로 인간 에너지 드링크에 친화력 갑!이라는 건데요. 저도 '성격이 강아지 같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먼저 다가가고 꼬리(?)를 마구마구 흔드는 게 보인다고 주변에서 많이들 얘기하더라구요. 공감이 되네요.(물론 글 쓸 때는 굉장히 자제하고 있답니다.. 하하)


ENFP라면 정말 누구나 공감하실 흥미 부자, 열정 부자, 아이디어 뱅크라는 많은 장점들.. 저 역시 그러한데요. 하.지.만. 이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단점 하나가 있으니 바로 '반복되는 일, 지루함을 못 견디는 성격'입니다.


네.. 그동안 흥미에 불 붙어 계획을 짜고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열정을 불태웠던 순간들과, 이와 달리 틀에 박힌 뉴얼대로만 처리해야 해서 괴로워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온도 차가 너무 크달까요? 요즘도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분야가 너무 많구요. 여전히 관습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을 힘들어해요. 위의 말대로 우선 순위를 세워봐야겠습니다.. 암요!





꽉 막힌 건 싫어!

'라울 뒤피' 그대도 혹시 ENFP..?


그런데 성격유형 검사와 명화 브런치를 위한 글을 함께 준비하다 보니, 현재 준비하고 있는 화가가 ENFP 유형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라울 뒤피(Raoul Dufy)라는 프랑스 화가입니다.



나의 행복은
나를 혁명하는 것이다

 - 라울 뒤피(1877-1953)



애스콧 경마장(Ascot), 1930
서른 또는 장밋빛 인생(Trente Ans Ou La Vie En Rose), 1931

밝은 색감경쾌하고 청량감 넘치는 리드미컬한 회화성이 돋보이죠? 그의 생애와 작품 활동을 공부하면서 제가 무슨 생각이 했느냐면요..


# 라울 뒤피에 대한 첫 번째 단상
-라울 뒤피 아저씨는 궁금한 것도 열정도 참 많았네. 참 열심히도 사셨다! 이것저것 다 궁금해하고 시도해봐야만 적성이 풀리는 건 나랑 좀 비슷한 듯.. 우물 안 개구리랑은 완전 거리가 멀구먼!

# 이어서 들었던 두 번째 단상
-어라, 그러면 라울 뒤피도 혹시ENFP형 아닐까..? 어라라, 비교해보니 조금 비슷한 걸..?


너무 섣부르고 지나친 사견이 아닌가요? 하며 갸웃- 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잠깐, 지금부터 제가 소개하는 라울 뒤피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아마도 고개를 끄덕- 하게 될 지도 몰라요!




1.

'인상주의' 영향을 받아

빛의 세계로


(좌) 라울 뒤피가 그의 나이 24세 때 그렸던 자화상 / (우) 앙리 마티스의 <사치, 평온, 쾌락>, 청년 뒤피의 예술세계를 뒤흔든 그림

라울 뒤피의 시작은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였습니다. 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네, 르누아르 등과 같은 화가들의 작품들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뒤피는 그들의 작품을 보고 '빛'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날.. 1905년 앙리 마티스의 <사치, 평온, 쾌락>이라는 작품을 본 뒤피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게 됩니다. 빛을 그저 자신이 받은 인상대로만 표현하는 걸 넘어서 강렬한 색과 선으로 표현한 마티스의 작품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죠. 청년 뒤피는 아마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빛은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구나..'




2.

마티스와 함께 '야수파'로 입문


(좌) 라울 뒤피, 마르티그의 배들, 1908 / (우) 앙리 마티스, 붉은 색의 조화, 1908

그 후 라울 뒤피는 마티스로 대표되는 야수파(포비즘)양식에 큰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그려냅니다. 빨강, 초록을 위주로 한 강렬한 원색을 화면에 전면적으로 배치를 하구요, 검은 윤곽선으로 색을 둘러싸서 또렷한 색감을 전달하는 야수파의 특징을 잘 살려내죠. 야수파의 끝판왕 격인 마티스의 작품과 함께 보니 야수파의 전형적인 화풍이라고 할 수 있는 대담한 색채, 과감한 터치가 더욱 돋보이지요?

(특히 오른쪽 그림은 지난 번 마티스 글에서 우리가 함께 보았던 작품이군요-)




3.

이번엔 '입체주의'다!

세잔 형님, 함께 해요~


세잔의 정물(Still Life)
라울 뒤피의 정물(Still Life)

그리고 1910년경, 라울 뒤피는 이번엔 입체주의(큐비즘)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야수파 화가이면서 입체주의 기법에 한 걸음 다가갔던 브라크와 함께 여행을 하며 세잔의 '공간에 대한 구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데요.

사실 야수파입체파인상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사조라는 공통분모가 있긴 하지만, 야수파는 '색채 혁명', 입체파는 '형태 혁명'이라 불릴 만큼 주목하고 강조하는 부분이 다릅니다. 색vs형의 암묵적인 대결구도라고 하면 적절할 듯 하네요.


(좌) Leda et le Cygne, 1926 / (우) Still Life, 1928
왼쪽 그림은 '야수파' 마티스의 영향을, 오른쪽 그림은 '입체파' 세잔의 영향을 받은 듯 하지만 두 그림 모두 뒤피 자신만의 리드미컬하고 장식적인 회화요소가 두드러집니다. 역시, 독자적인 화풍을 결국 발전시켜낸 '라울 뒤피 the only one'이네요!


저는 여기서 라울 뒤피의 자유로운 발상과 재기발랄함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생각해요. 어떠한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했기 때문이죠. 세잔의 정물과 비교해봤을 때, 라울 뒤피의 정물은 세잔의 논리적인 구성주의적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뒤피 특유의 밝은 색채와 경쾌한 음악적 리듬을 발전시켜 나갔음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자, 이만하면 ENFP의 주요 특징인 에너지와 파이팅이 넘치는 성격, 흥미 부자에 열정 부자인 성격이라고 부를만 하죠?





흥미 부자, 열정 부자!

라울 뒤피의 다양한 관심사


하지만 여기서 끝이라면 진정한 ENFP라고 할 수 없죠!

앞서 ENFP의 특징이 풍부한 상상력과 영감, 반복되는 일을 참지 못하고 창의성이 요구되지 않는 일에는 금방 싫증을 느끼는 성격이라는 걸 우리가 함께 확인했었죠? 이후의 라울 뒤피의 작품 세계에서도 이러한 특징들을 더 발견할 수 있습니다.



4.

표현주의, 장식미술의 시작

이젠 아르누보..!

테니스 경기 텍스타일 / 공작, 기욤 아폴리네르 동물 우화집을 위한 목판화 일러스트 / 라울 뒤피의 도자기 디자인 / 라울 뒤피의 패션 디자인(폴 푸아레와의 협업)

라울 뒤피는 그림에서 만족하지 않고 표현주의, 장식미술 분야에서 활동범위를 더 넓혀 무대장치 디자인, 도자기 제에도 발을 넓혔습니다.  삽화, 직물 디자인, 실내장식 작업에도 관심을 보여 위의 사진에서와 같이 패션 디자이너, 도자기 제작자와 협업하기도 하였죠.


라울 뒤피가 창조해낸 작품 세계는, '미술은 미술이고 생활품은 생활품'이라는 이분법적 분류를 벗어나 생활에서 사용되는 물품에 예술성이 스며들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물론 그때 당시에는'상업주의로 빠져버린 화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뒤피와 같은 아르누보('새로운 시작'이라는 뜻) 작가들의 활동을 통해 가구나 창의 장식, 벽지무늬 등에 작가가 직접 참여해 제작한 물건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예술이 건축, 가구, 공예품 등에도 자주 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죠. 멋지지 않나요!


22살에 라울 뒤피가 그린 자화상, '내가 궁금하다고?'라고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하고 자리잡은 뒤에는 진득-하게 외길만 고집하는 것과 달리, 라울 뒤피는 다양한 사조들을 거치며 이를 그저 따라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주해갔고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재탄생시키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관을 구축해갔습니다.

무엇이 더 좋고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라울 뒤피만의 창의성과 열정, 도전 정신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것과, 그러한 배경에서 나온 그의 그림들로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성해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듯 합니다.





MBTI로 살펴본 화가 라울 뒤피의 그림 이야기, 재밌게 보셨나요? 어떠세요! 스파크형, 재기발랄한 활동가 ENFP와 좀 비슷한 구석이 있나요? (물론 재미로 보는, 전적인 저의 사견입니다..^^)

다른 유형과 비슷한 화가, 작품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제부턴 그림을 볼 때, 이 작품을 그린 화가는 어떤 성격일까? 를 생각하며 보는 것도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음 에는 라울 뒤피와 그의 동생 장 뒤피, 즉 '뒤피 형제'들의 달달한 그림들로 돌아오겠습니다.(오늘 보셨다시피 뒤피의 작품세계가 너무나 무궁무진해서요!) 아까 약속드린대로 MBTI 성격유형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드리며, 저 아트소믈리에 지니의 질문과 함께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예술적인 하루 보내세요-!



당신의 MBTI 성격유형은 무엇인가요?


MBTI 성격유형검사 링크  




글. 아트소믈리에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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