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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늬밤 May 16. 2020

사랑꾼 화가의 조금 특별한 그림 이야기

영화 <노팅 힐>과 샤갈 <결혼>, 영화 속 숨겨진 샤갈 그림의 의미는?

<노팅 힐> 속 그림 읽기



혹시 영화 <노팅힐>을 아시나요?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주연의 로맨틱코미디로,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요. 지금은 세계적인 유명 배우가 된 그 배우들의 그 시절 풋풋한 모습과 영국 소도시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편안하고 아기자기한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She'라는 OST로도 유명하죠? She may be the face I can't forget, a trace of pleasure or regret~ (그녀는 내가 잊지 못할 얼굴일 수 있죠 , 즐거움 또는 후회의 흔적일 수 있어요~)로 시작하는 노래만 들어도 이 영화가 떠오를 정도니 말이죠.


영화의 줄거리를 살짝 살펴 보자면,


"그저 여자일 뿐이에요 사랑받길 원하는" by. 안나
"난 노팅 힐에 당신은 비벌리 힐스에 살죠" by. 윌리엄
세계적인 스타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안나 스콧’, 런던의 노팅 힐에서 여행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남자 ‘윌리엄 태커’
아주 평범한 사랑을 기다리는 그녀와 너무 특별한 사랑이 두려운 그의 꿈 같은 로맨스가 다시, 시작된다! 여기 노팅 힐에서…


아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도 내용은 한번쯤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미장센'으로 마르크 샤갈작품이 상징적으로 숨겨져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엔 영화 속 마르크 샤갈의 그림의 숨겨진 의미와 역할을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그것도 어마어마한 복선으로 영화의 씬스틸러를 담당하고 있는 이 그림 읽기, 지금 시작합니다.





영화 속에 샤갈의 그림이 등장한 이유는?


바로 이 장면입니다!.

여행 중 우연히 윌리엄(휴 그랜트)를 만나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잠시 그의 집에 머물게 된 안나(줄리아 로버츠)


자, 샤갈의 그림을 한번 찾아볼까요?

잘 안보이신다구요? 안나의 뒤쪽을 잘 살펴보세요.



이제 찾으셨지요! 바로 샤갈의 작품 <결혼> (또는 <신부>)입니다. 사랑에 빠진 행복한 신부의 모습과 이를 축하해주기라도 하듯 바이올린(또는 첼로)을 연주하고 있는 염소를, 샤갈 특유의 몽환적인 푸른빛으로 감싸고 있는 작품이죠.


결혼, 1950


이 그림은 아직은 서로 서먹하고 어색한 관계인 안나윌리엄마침내 사랑하는 연인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아주 중요한 복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림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지요.



  

안나: 당신이 저런 그림을 가지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데요.

윌리엄: 샤갈을 좋아해요?

안나: 좋아해요. 사랑은 저런거죠. 마치 짙은 청색 하늘을 나는 느낌..

윌리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염소와 함께 말이죠.

안나: 맞아요. (미소 지으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염소가 없다면 그건 행복이 아니죠.



그리고 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안나와 윌리엄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도 이 작품은 다시 등장하여 '너희는 결국 이루어질 수밖에 없어!' 하며 쐐기를 박는 듯 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로 꼭 확인해주세요!)






소문난 사랑꾼 화가, 샤갈


샤갈과 그의 아내 벨라의 행복한 모습들

그림에서 언뜻 풍기는 분위기에서 느껴지듯 샤갈은 "사랑꾼"으로 유명합니다. 색채의 마술사, 향수를 그리는 화가 등 수많은 별명 중에서도 '사랑'은 샤갈을 논할 때 떼놓고 얘기할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샤갈은 어린 시절 고향 친구였던 벨라 로젠펠트와 결혼을 했는데요. 그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은 그의 작품 중 다수에 영감이 될 정도라고 하니 그가 얼마나 아내 벨라를 사랑했을지 상상이 가시겠지요?


사랑꾼 샤갈과 그의 아내 벨라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그의 연인 시리즈 작품들을 살펴보실까요.


(좌) 에펠탑의 신랑신부  /  (우) 산책
생일

샤갈의 작품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주요 주제는 중력의 법칙을 벗어난 '영원한 사랑'이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인간이나 동물들, 특히 연인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는데요. 이것은 사랑의 신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자신이 받았던 신선하고 강렬한 감정을 꿈 꾸는 듯한 신비로운 색채로 표현한 것이 그의 화풍의 특징입니다.  


그러고보니 그림 속 두 남녀의 모습이 샤갈과 벨라의 실제 모습과 묘하게 닮았지 않나요? 자세히 한번 보셔요. 머리스타일과 눈매, 코와 얼굴선까지 아주 쏙- 빼닮은 모습이랍니다!


도시 위에서

마지막 작품인 <도시 위에서>는 특히 제가 애정하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그의 고향 비테프스크는 그가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다뤘던 주제이기도 한데요. 그의 고향인 비테프스크에 대한 향수와 연인 벨라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동시에 꿈꾸는 듯 몽환적인 색감과 터치, 하늘을 나는 듯한 특이한 구도가 돋보이는 그림이죠.

(아.. 이 그림을 같이 읽으며 풀어갈 재미난 에피소드가 너무나 많습니다. 다음에 꼭 알려드릴게요.)


대학시절, 샤갈의 이 그림을 시인 백석의 시와 관련지어 레포트를 썼었는데 그때 이후로 샤갈의 특별한 러브 스토리는 제게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어요. 함께 읽으며 감상하시라고 시 한 편 올리며 이만 마무리할게요.

이번 주말에는 샤갈의 작품과 백석의 시, 그리고 영화 <노팅힐>로 포근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예술적인 하루 보내세요ㅡ!



글. 아트소믈리에 지니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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