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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섭 Jul 25. 2019

건강과 사회에 대한 8권의 책

경향신문 기고글(2018)

의과대학 학생 시절, 경기 마석가구공단의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내 역할은 진료를 기다리는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기록하는 일이었다. 네팔이나 방글라데시에서 온 젊은 그들이 주로 호소했던 증상은 기침과 가래였다. 목재를 손질할 때 먼지가 흩날리는데, 제대로 된 개인보호장비는 물론이고 환풍기 시설조차 없는 공장이 많았다. 언젠가 진료소에서 약을 받아 돌아가는 그들을 보며 선배에게 물었다. “형, 저 사람들 일하는 환경이 그대로인데, 우리가 처방한 약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선배는 말이 없었다.


1960년대 호주 시드니 의과대학의 학생으로 정신과 외래 진료를 참관하던 마이클 마멋에게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매일같이 시달리다 우울증에 걸린 환자를 진료하는 자리였다. 의사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환자에게 다른 약을 처방하고 한 달 뒤 진료 약속을 다시 잡았다. 그 장면을 보며 그는 질문했다. ‘이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고 우울증을 만들어낸 폭력적인 환경으로 돌려보내는 게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 마멋은 결국 임상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난다.
  

https://bit.ly/2Ys5e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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