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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섭 Jan 01. 2020

[서평] <장애학의 도전>을 읽는 8가지 방법

https://bit.ly/2u9K5Ig


<장애학의 도전>을 읽는 8가지 방법.


200자 원고지 45매짜리 긴 서평입니다. 이 글은 20년 넘는 시간 꾸준히 장애운동 현장을 지키며 책을 놓지 않고 몸으로 공부하며 글쓰기를 계속했던 동세대 학자에 대한 제 존경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저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1. 내 학문은 편파적이고 당파적이다
2. 타인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는 누구인가
3. 우생학은 그 시대의 '상식'이었다
4. 선택할 수 없는 자유는 자유일 수 있는가
5. 존엄한 존재의 경계를 묻는 한 동물해방론자에게
6. 정의를 어떻게 측정하고 달성할 것인가
7. 편협한 당사자주의와 '강탈'하는 전문가주의를 넘어
8. 플라톤과 정희진과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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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플라톤과 정희진과 김도현


2008년 미국 유학을 떠날 때, 나는 한국어로 된 세 권의 인문학 서적을 가지고 갔다. 하나는 일상적인 언어로 가장 깊은 사유에 도달했던 플라톤의 〈국가〉였고, 또 하나는 상처 받은 자의 힘에 대해 놀라운 언어로 말하던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권이 김도현이 2007년 출간한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였다. 플라톤은 플라톤이고, 정희진은 그래도 나보다 한 세대 위 연구자인데, 김도현은 1999년 에바다복지회 민주화 투쟁 때 만난 적이 있는 같은 세대 활동가이자 연구자였다. 또래 연구자가 쓴 그 책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는 현장의 경험을 충실한 공부로 엮은 그런 대중서를 쓰기를 꿈꿨다.


2019년 출간된 〈장애학의 도전〉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그가 지난 12년 동안 현장을 지키면서도 책을 놓지 않고 보낸 시간이 그의 언어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의 운동 속에서 ‘절박하게’ 답해야 했던 질문들과, 그 보이지 않는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 공부하며 벼려낸 언어가 궁금했다.


이 책에는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던 질문의 벽 앞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 그 답을 찾아간 과정과, 비장애인으로 여겨지는 그가 장애인운동을 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해야 했을 당사자주의라는 화두를 두고 씨름했던 시간과, 무엇보다도 갑을 관계에 종속될 기회조차 빼앗긴 존재의 삶을 렌즈 삼아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바꾸려 했던 도전이 담겨있다. 책은 그렇게 위험하고 예민하지만 절박한 주제에 다가가, 산전 검사를 통한 낙태와 우생주의를, 인간의 조건과 동물해방론을, 보편성의 정치와 정체성의 정치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길을 묻는다.


반갑고 뜨겁고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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