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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섭 Jul 17. 2020

[독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최민 옮김, 열화당)


1972년 출판되었던, 50년 가까이 지난 책이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여전히 날카롭고 의미가 있고 동시에 어떤 부분은 올드하다. 그건 그 사이 이미지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이 너무나 많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SNS에서 개인들이 생산하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사람들의 삶을 둘러싸고 그 욕망을 구성하는 주요한 원인이 된 시대에는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보다 능동적으로 읽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1장과 3장은 좋았다. 


1. 

"동시에 하나의 이미지는 한 때 무엇인가를 누군가가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준다. 이와 함께 그것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는지도 보여준다. 나중에는 이미지 제작자의 특수한 시각 역시 기록의 일부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한 이미지는 X라는 사람이 Y라는 대상을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한 기록이 된다."(p13)


이미지는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X라는 사람이 Y라는 대상을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2. 

"과거에 대한 문화적 신비화는 이중의 손실을 가져온다. 과거의 미술작품들은 불필요하게 아득히 먼 시대에 속하는 것처럼 간주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행동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결론들을 과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든다." (p14)


"이중의 손실"이라는 표현이 좋다. 과거의 미술작품 자체를 왜곡하게 되는 것과 동시에 그 과거가 오늘날의 삶에 기여할 통로를 막는다. 


3.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사회관계나 도덕적 규범이라는 측면에서, 아직은 할스가 살았던 사회와 어느 정도 유사한 성격을 지닌 사회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p19)


작품이 오늘날에도 무엇인가를 던져준다면, 그러니까 작가의 의도가 읽힌다면 그것은 그 작품이 영원불멸의 성취를 거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창작자가 살았던 "사회와 어느 정도 유사한 성격을 지닌 사회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4.

"내셔널 갤러리의 카탈로그는 바로 이런 전문가들에 의해 씌어진 것으로, 거기에서 <동굴 속의 성모>에 관한 설명이 가장 길다. 아주 빽빽하게 채워진 열네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 설명은 작품의 이미지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단지 그 그림을 누가 그리도록 주문했고....... 조사의 목적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 그림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짜 작품임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p28)


5.

"스스로의 과거와 단절된 개인이나 계급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개인이나 계급에 비해, 선택이나 행동을 함께 있어 훨씬 덜 자유롭다. 바로 그 점이 과거의 예술 전체가 이제 정치적 문제가 된 이유- 단 하나의 이유-이다." (p40)


6.

"만약 한 여자가 마룻바닥에 유릿잔을 내동댕이치면, 이는 그 여자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여 주는 하나의 예시가 된다. 동시에 이런 행동은 그 여자가 타인들에게 어떻게 대접받고 싶어 하는 지를 알려주는 표지인 것이다. 만약 남자가 이와 동일한 행동을 하면 그의 행동은 분노의 표현으로만 읽힐 뿐이다." (p55)


내 행동을 내 안의 타인의 시선을 내가 검열을 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통찰. 


"여자 자신 속의 감시자는 남성이다. 그리고 감시당하는 것은 여성이다." (p56)

"그녀는 그냥 벌거벗은 게 아니다. 그녀는 관객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벌거 벗고 있다." (p59)


7.

"사진가가 택할 수 있는 쉬운 해결책은, 인물을 누드로 바꿔 사진 속 구경거리가 된 벌거벗은 육체와 함께 관객까지도 일반화시키고, 섹슈얼리티를 개별적이거나 특정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것으로 바꿈으로써 욕망을 환상으로 바꾸는 것이다"(p72)


타자화는 개별적이고 특정한 현상과 존재를, 일반적인 형태로 전형화된 범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별적인 역사와 구체적인 관계를 가진 한 존재에 대한 욕망은 환상이 되지 않는다. "하나의 추상적인 존재처럼 취급되는 사람"(p74)은 타자화되고 '환상'이 되어, 누군가의 소유물이 된다. 


8.

"그러나 공적인 초상화에서는 반드시 거리가 형식적으로 강조되어야만 한다. 평균 수준의 전통적 초상화들이 대체로 딱딱하고 경직돼 보이는 것은 화가의 솜씨가 모자라거나 기술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이 인위성은 초상화를 보는 방식 깊숙이 내재하는 성질이다" (p114)


"이렇게 공허하고 피상적인 그림들이 꼭 필요한 걸까. 그것들은 결코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한다. 만일 그림이 상상력을 갖게 한다면 그림의 목적을 잘 수행하 것이 아니다. 이 그림들은 그것을 보는 관객이자 소유자인 사람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을 다시 꾸며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p119)


"때로는 모든 신화적 장면이 마치 관객이자 소유자인 사람이 팔을 뻗어 걸쳐 입기만 하면 되는 기성복처럼 기능하는 그림도 있다." (p120)


어떤 그림은 우리의 상상력을 조금도 자극하지 않는다. 장식의 역할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아야 잘 만들어진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사고를 멈추게 해야 한다. 그림의 콘텐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그림의 존재가 중요한 것읻.ㅏ 


9.

"하지만 투쟁은 꼭 먹고살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화가가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물질적 재산을 칭송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질 때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에게 주어진 사회적 지위에 불만을 가질 때마다, 화가는 장인으로서 그가 존중해야 한다고 배워 온 전통적 회화기법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에 갈등하고 싸움에 나서게 마련이다." (p129)


10.

"그러나 과연 무엇이 그들을 남들의 선망의 대상인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가. 그건 바로 다른 사람들의 선망이다. 광고란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대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사회적인 관계에 대한 것이다. 광고가 약속하는 것은 쾌락이 아니라 행복이다. 즉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외부적으로 판단되는 행복이다. 선망받는 행복이 곧 매력(glamour)이다."


유튜브와 인스타에서 "무엇이 그들을 남들의 선망의 대상인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가". 그것은 선망받는 행복이다. 선망받지 않는 행복은, 타인이 탐내고 가지고 싶어 하지 않는 당사자의 행복은 그 공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자신감의 고독한 형태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 당신을 부러워하는 사람들과 당신의 경험을 나눠 갖지 않음으로써 가능하 것이기 때문이다." (p154)


11.

이 책은 BBC에서 제작된 4편으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를 정리한 것이다. 

Episode 1. (1972) The first part of the television series drew on ideas from Walter Benjamin's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arguing that through reproduction an Old Master's painting's modern context is severed from that which existed at the time of its making.


 https://www.youtube.com/watch?v=0pDE4VX_9Kk

Episode 2. (1972) The second film discusses the female nude. Berger asserts that only twenty or thirty nudes in the European oil painting tradition depict a woman as herself rather than as a subject of male idealisation or desire

https://www.youtube.com/watch?v=m1GI8mNU5Sg


Episode 3. (1972) The third programme is on the use of oil paint as a means of depicting or reflecting the status of the individuals who commissioned the work of art.

https://www.youtube.com/watch?v=Z7wi8jd7aC4


Episode 4. (1972) In the fourth programme, on publicity and advertising, Berger argues that colour photography has taken over the role of oil paint, though the context is reversed. An idealised potential for the viewer (via consumption) is considered a substitution for the actual reality depicted in old master portraits.

https://www.youtube.com/watch?v=5jTUebm73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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