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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섭 Jun 09. 2021

[추천사] 혐오없는 삶

오늘날 우리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를 살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진실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가치는 사실 여부가 아니라 우리 편에 유리한지에 따라 정해진다. 상대방이 누구인가는 그 사람의 나이, 성별, 국적, 인종, 장애, 성적지향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런 화법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개별 인간의 고유한 역사와 그가 관계 맺고 살아가는 구체적 세계에 대한 이해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


우리의 뇌는 낯선 존재에 적대적이다. 동굴 속에서 생활하던 구석기 시대부터 인간은 외부인을 경계하고 새로운 것들을 의심하며 생존의 길을 찾았다. 그러나 오늘날 혐오가 사회 곳곳에 퍼진 것은 그런 본능 때문이 아니다. 혐오를 지지층 결집의 도구로 활용하는 저열한 정치인들과 편견을 조장하는 기사 작성에 주저함이 없는 무책임한 언론인들을 제외하고는 이 혐오의 세계를 설명할 수는 없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몇몇은 자신이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을 리 없는 기득권이고, 또 몇몇은 혐오는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언컨대, 어떤 존재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혐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모든 아시아인은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자신의 존재가 바이러스로 치환되는 세상을 경험했고,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은 그 혐오가 실제로 아시아인을 이 세상에서 지우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그렇다면, 이 혐오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부족 정체성’을 벗어나 증오에 대항하는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선과 악, 우리 아니면 그들이라는 이분법 왕국’을 떠나 상대를 만나고, 인간의 개별성과 독자성에 대한 이해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바스티안 베르브너는 그 절박한 질문을 가슴에 품은 채, 사람을 만나 묻고 답하며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는다. 고유하고 변화하는 존재인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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