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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섭 Apr 28. 2019

혈액형, 인종적 우월성, 가짜 과학

시사인 연재글 (2018)

1903년 일본 오사카에서 대규모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이 박람회에서는 오늘날 상상하기 어려운 전시가 진행됩니다. 박람회의 ‘학술 인류관’에서 타이완 원주민 2명, 아이누인 7명, 터키인 1명, 그리고 조선인 2명 등을 포함한 총 28명의 살아 있는 사람을 전시했습니다. 부스별로 다양한 지역의 거주 형태를 재현한 건물을 세웠고, 그 건물에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시를 보게 된 조선인은 모욕감을 느낍니다. 조선인들은 일본 정부에 항의했고, 일본 외무성은 조선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조선인 전시를 중단시킵니다.


당시 청일전쟁을 통해 타이완을 식민지로 거느리며 제국이 되는 야심을 품고 있던 일본과, 머지않아 식민지가 되는 조선 사이 힘의 불균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살아 있는 인간을 전시하는 것은 제국주의 시대 서양 국가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던 방식입니다. 이러한 전시 뒤에는 진화와 진보를 동일시하고, 진화의 정도에 따라 인종을 분류하던 세계관이 있습니다. 제국의 국민인 백인들은 더 진화된 사람으로, 식민지의 유색인종은 덜 진화된 인종으로 취급받았지요. 그 논리 속에서 ‘미개한 이들을 문명화’하기 위한 식민 지배가 정당화되었습니다.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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