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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섭 Apr 28. 2019

30년 전에 머무른 에이즈에 대한 인식

시사인 연재글 (2018)

그 시절 미국에서는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신규 감염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큰 고민이었습니다. 특히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HIV 감염이 음지에서 급격히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1988년 뉴욕 시 보건담당 부서는 과감하고도 놀라운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HIV 신규 감염을 줄이기 위해 마약 중독자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주삿바늘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용했던 주삿바늘을 반납하면 그 숫자만큼 새것을 내주는 식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거대한 논란을 일으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의 효과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법적으로 금지된 마약을 사용하라고 돕는 일에 세금을 쓰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런다고 HIV 감염이 줄어들 리 없다는 생각이었지요. 그 논쟁 속에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사회는 ‘과연 주삿바늘 교환 프로그램이 HIV 신규 감염을 줄일 수 있을까?’ ‘혹시라도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마약 사용이 증가하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논쟁 속에서 1996년 역사적인 논문이 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됩니다. 돈 자라이스 교수 연구팀은 <뉴욕의 주삿바늘 교환 프로그램과 마약 사용자에서의 HIV 발병률>이라는 논문에서 뉴욕 지역 주삿바늘 교환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마약 사용자들은 연간 100명당 1.56명이나 1.38명이 HIV에 감염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연간 100명당 5.26명이나 6.23명이 감염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주삿바늘 무상 교환 프로그램이 HIV 신규 감염을 3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결과입니다. 이 논문은 그 논쟁적인 프로그램의 효과를 증명한 최초의 연구입니다.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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