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빈이의 폭발

by 백지

"왜 오빠는 괜찮고 난 안 괜찮은 건데요!!"

또 빈이가 폭발했다.


2025년 11월 18일 (화요일) 저녁에 있은 일을 기억이 왜곡되기 전에 남겨두어야겠다.


엄마와 빈이는 점핑을 하러 체육센터로 향하고,
아빠와 준이는 러닝을 위해 집을 나섰다.

30분만 달리겠다는 준이에게 5km 이상은 달려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5km 아빠 혼자 달리면 30분 안에 충분히 달릴 수 있는 거리지만

준이는 한 번에 다 달릴 수 없고 속도도 느려서 50분은 족히 걸릴 거리다.


이미 집을 나섰고 반환점을 돌아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5km 이상은 달릴 수밖에 없음을 알아챈 준이는 조건을 걸었다.

“그럼 다 뛰면 초콜렛 사주세요.”

아빠는 바로 “콜!”
(이때만큼은 쿨한 아빠가 되고 싶다.)

결국 우리는 6.5km를 뛰었고,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편의점에서 초콜렛 3종 세트(2+1)—딸기, 오레오, 밀크—를 사 들고 귀가했다.

근데 3가지 맛(딸기, 오레오, 밀크)을 모두 산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을 줄이야


운동을 먼저 끝낸 준이는 오레오 맛을 재빨리 챙겼다.
그런데 엄마와 운동을 마치고 등장한 빈이도 오레오 맛을 좋아한단다.


오빠가 먹는 것, 하는 것은 자기도 꼭 해야 하는 빈이

그래도 오늘은 오빠가 먼저 오레오 맛을 골랐으니, "같은 것 사줄게"라며 달래며 넘어갔다.


그리고 찾아온 운동 뒤 필수 코스, 야식 타임!
정지선 셰프의 딤섬 밀키트가 가족 테이블에 오르고,
네 사람의 젓가락 전쟁이 시작되었다.

입이 짧은 준이도 오늘은 속도가 좀 붙었다.
마지막 한 알을 준이가 딱 집어 들었다.

여기서 또 우리 빈이가 질 수 없지

"마지막 남은 것은 내꺼야, 오빠는 먹지 마!!"


빈이의 성격을 아는 준이가 일단 양보를 하였다.

하지만 사실은... 빈이가 이미 두 개나 더 먹었고,

평소 잘 안 먹는 준이가 하나 더 먹는 건 괜찮지 않을까?
그렇기에 아빠는 중재를 해 보았다.

“딤섬은 오빠가 먹고, 오레오 초콜릿은 너희 둘이 나눠 먹자!”

양쪽을 모두 달래는 절묘한 중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준이가 마지막 딤섬을 한 입에 털어 넣는 순간—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왜 반반 안 먹고 혼자 먹어요!!!”

그 작은 몸 어디에서 그런 기세가 나오는지,
닭똥 같은 눈물에 파워풀한 목소리

결국 아빠의 필살기,
“빈이 그만!!!” 이 발동되고 나서야 빈이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상황 정리를 위해 "초콜렛은 오빠가 아빠하고 달리기를 해서 사 준 거고,

마지막 딤섬은 오빠가 먹고 오레오 맛 초콜렛을 나눠 먹는 것으로 결정이 된 거잖아"라고 말하는 순간


"왜 오빠는 괜찮고 난 안 괜찮은 건데요!!"

이 말은 빈이가 분쟁에서 불리하다고 느낄 때마다 등장하는 일종의 시그니처 멘트다.

일단 자기는 딤섬을 반반 나눠 먹는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오빠가 다 먹어서 억울하다.

오빠는 달리기 했다고 초코렛을 사주고 자기는 일주일에 두 번이나 점핑을 가는데 아무것도 안 사주냐는 말도 따라 나왔다.


오! 나름 일리 있는 공격이다.

하지만 빈이의 공격에는 아직 허점이 많다.


“빈이는 학교 끝날 때마다 사 먹고 싶다고 전화하지?
점핑 끝나고도 먹고 싶은 거 다 얻어내잖아?
그리고 오빠는 매일 공부 조금이라도 하고 미디어 보는데,
빈이는 지금 아직 밀린 거 많지?”

그러자 빈이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마지막 KO 펀치가 나왔다.

“그럼 빈이도 오빠처럼 엄마한테 뭐 사달라고 하지 마!”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빈이도 더 이상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님을 직감한 것 같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 버린다.


우리 빈이의 속 마음이 정말 궁금하다.

자기 몫을 지키고 싶은 마음인지,

오빠와 똑같이 대우받고 싶다는 바람인지,

아니면 단지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것인지,


“왜 오빠는 괜찮고 난 안 괜찮은 건데요…”

그 속에 담긴 빈이의 마음을

언젠가 더 선명히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 하루를 이렇게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