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 그 진리를 알려준 것은 결국 시간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이었다. 사람을 통해 긍정이든 부정이든 표현 방식을 배웠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눈도 떠졌고 인간인 이상 누구도 완전할 수 없으니 굳이 성공한 인생, 실패한 인생도 있을 수 없다는 사람 그 자체를 가치 있게 받아들일 수 있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흔히 50세를 신체적, 정신적 위기로 본다. 이 무렵 여성은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하고 남성 역시 이래저래 건강이 무너지며 삶의 가치 기준이 달라지는 때이다. 늙는 것도 슬픈데 예전에 느꼈던 재미들이 더 이상 즐겁지도 않고 자신감 상실로 막연한 불안감까지 엄습할 때 마치 컴퓨터의 버퍼링 현상인 양 부조리적인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황할 수도 있다.
버리고 비우고 나니 비로소 늙어가는 가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게는 소유한 물건들부터 옳다고 믿었던 관념까지 비워 보니 그동안 미처 느끼지 못했던 현상이 신선함으로 반전되어 허기진 중년의 그릇을 채우기 시작했다. 특히 자연과 인간이 주는 감동만큼이나 소중한 즐거움은 없다.
김연수 건강음식전문가
나이 듦이란 세상에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는 인간 그 자체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사람은 저마다 버릇과 고집이 있게 마련이며 완벽함이란 있을 수 없다. 사정을 알게 되면 쉽사리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없게 된다. 이럴 때 물론 혼란스러움도 느끼지만 한 생각만 바꾸면 이 역시 나이 들며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매력이 아닌가 싶다.
2018년 11월 12알 동아일보 컬럼글로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