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시대의 관습과 생활 문화가 반영된 흔적이다. 음식의 맛과 먹는 행위가 중요해도 때로는 요리에 담긴 스토리가 대중의 마음을 더 끌 수도 있다. 가령 요리명에는 맛을 표현하는 것 이상에 어떤 유행이 담겨 있어 외식업계에서 경쟁하는 레시피의 새로움이란 것도 요리명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얘기인데 요즘 먹방마다 셰프의 레시피 따라 하기가 유행이지만 재료와 기법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일부 조미료에 음식 맛이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간단 레시피로 맛의 탄성을 자아내는 음식일수록 소금, 간장, 설탕 혹은 마요네즈, 굴소스 같은 소스들의 공이 크다.
이왕 소스 얘기가 나왔으니 샐러드가 다이어트를 위한 한끼 식사로도 이용되며 종류가 다양해졌지만 소스 즉 드레싱이 빠진 샐러드는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메뉴판에 무슨 샐러드 해가며 종류가 늘비해도 핵심은 곁들여지는 드레싱으로 맛들이 갈라진다. 드레싱 역시 다양해 보여도 기본적으로 마요네즈와 토마토케찹 두가지 소스의 배합에서 맛의 색깔이 크게 달라진다.
샐러드와 샌드위치에 많이 이용되는 드레싱 사우전아일랜드도 기본 베이스는 마요네즈다. 대중적인 드레싱 마요네즈야말로 그 이름의 미학으로 탄생되었다. 마요네즈는 어감상으로는 얼핏 일본 냄새가 나지만 실은 프랑스에서 탄생된 소스다. 마요네즈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샐러드용 소스의 하나. 달걀노른자, 샐러드유, 식초, 소금, 설탕 따위를 섞어 만든 것’ 그리고 표기는 mayonnaise 프랑스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 마요네즈 뜻을 찾아보면 특별한 의미는 없고 마용(Mahon)이라는 항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요네즈 뿐아니라 현대인의 식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스의 대부분은 18세기 프랑스 음식문화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미식도 일종의 예술로 귀족 문화의 한 장르로 유행하였다. 또한 귀족들은 요리에 자신의 이름이나 고향의 이름을 붙이기를 하나의 트랜드로 즐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마요네즈는 프랑스와 영국의 7년 전쟁의 역사에서 탄생된 소스이다. 1756년 6월28일 지중해 연안 메노르카섬(현재의 Menorca)의 수도인 마용(Mahon) 항구를 함락한 리슐리 공작이 만든 고안물로 마요네즈는 그가 마옹 항구의 함락을 기념하여 만든 소스이다. 계란 노른자와 우유 버터 등의 식재료를 한데 섞어서 만든 것을 원주민들과 나누어 먹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후 프랑스어로 ‘∼風의’ 의미를 갖는 접미어 ‘aise’ 를 붙여 <마오네즈(마옹 풍의)>라고 이름붙여졌다. 이렇게 탄생된 마요네즈는 이후 세계 요리사에 기본 소스로 정착하였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요리의 대명사 하면 흔히들 피자를 꼽지만 필자는 파스타와 리조또를 먼저 꼽는다. 피자는 중세 시대 터어키나 이슬람 생활권에서도 공유된 음식이지만 파스타는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생활문화와 관습으로 성장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파스타는 이제 지구촌 대중음식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땅에서의 파스타는 정교하고 과학적인 요리로 인지되고 있다. 파스타라는 큰 테두리 아래 반죽의 강도와 면을 삶는 시간에 따라 수십가지의 또다른 파스타 레시피를 탄생시키는 체계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파스타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귀족 중심의 문화에서 발전된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반해 리조또는 서민적인 음식이다. 맛과 조리 방식은 파스타와 비슷하면서도 조리 체계를 무시하는 간결함과 소박함이 깃들어 있다. 파스타는 종류에 따라 면을 삶는 시간이 6분 8분 10분 등으로 레시피의 엄격함이 강조되지만 리조또는 일단 조리 시간에 대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파스타나 리조또나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는 슬로우푸드인데도 리조또는 쌀을 끓이는 시간이 파스타의 면을 삶는 시간과 비교해 강제성이 적고 면이 아닌 밥이라서 먹고 남은 것을 재활용할 수 있는 서민적인 넉넉함도 담겨 있다.
이러한 리조또의 미학은 느리고 대화를 즐기다 못해 수다스런 느낌마저 드는 이탈리아인의 생활 문화를 그대로 담아낸 요리이다. 팬에 불린 쌀을 넣고 중불과 약불에서 40-50분이상 뭉근히 끓여내는 사이사이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음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과의 대화는 아주 자연스런 과정이다. 그래서 리조또야말로 어쩌면 가장 이탈리아 다운 그런 요리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