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아랫목에서 먹던 추억의 메밀묵
‘메밀묵 사려 메밀묵~’.
동지섣달 긴긴 겨울 밤 인적 끊긴 골목 돌아 정겨웁게 들려오던 구성진 소리. 그 세월의 소리는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졌건만 길들여진 입맛이란 것이 이런 것인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밤이면 따끈한 아랫목 이불 쓰고 둘러 앉아 먹던 그 맛이 그립다. 묵은 김치 송송 썰어 넣고 빚어낸 메밀묵 한 사발이 절로 생각난다.
전통음식 하면 흔히 김치 된장찌개 등을 떠올리는데, 서양의 푸딩과 식감은 비슷해도 순수 곡물로 만드는 묵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맘 때면 생각나는 묵은 긴긴 밤이 지루한 겨울밤에 심심한 입과 출출한 속을 채워주는 메밀묵이다.
‘교맥(蕎麥)’으로도 불리는 메밀은 원래는 그 성질이 차고 달며 독이 없으며 위와 장을 튼튼히 해주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메밀가루를 ‘교맥면’이라고 하는데 끓여서 먹는 것이 좋으며 위장속에 적(積)이 있어서 시름시름 앓을 때 메밀가루를 먹으면 적이 삭는다고 하였다. 잎은 나물로 만들어 먹으며 기를 내리고 귀와 눈을 밝아지게 하는 효능으로 기록돼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몸 속의 노폐물을 배출한다고 하였다. 민간에서는 메밀을 먹고 속이 불편하면 무즙을 마시거나 무씨를 갈아먹기도 하며 묵밥이나 메밀국수에 무를 갈아주거나 무생채를 얹어주기도 한다.
영양적으로 메밀은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이 다른 곡류보다 많은 편이며 비타민 B, 비타민 D, 칼슘, 칼륨, 인, 철분, 나트륨과 섬유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또 메밀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루틴 성분은 미세한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유해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혈관을 건강하게 한다. 메밀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시스틴 성분은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보습작용을 더해 피부미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메밀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식이섬유는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한편 메밀 껍질을 베갯속으로 사용하면 고혈압이나 건망증 예방에도 좋다고 해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식품인 메밀도 섭취시 주의할 사람들이 있다. 메밀은 몸이 차거나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나 소화가 안되는 경우, 저혈압 환자는 절대로 많이 먹거나 오래 섭취해서는 안된다. 알레르기성 체질도 메밀을 먹을때는 일단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