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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Aug 01. 2021

오해와 낙인

<펠리시아의 여정> 속 힐디치는 정말 연쇄살인마일까

 공포물을 (잘) 보지 못한다. 사실 볼 때는 큰 문제가 없는 듯하나 보고 나면 일주일 정도는 밤이 되면 오돌오돌 떨기 일쑤다. 최근 <펠리시아의 여정>이란 소설을 읽었다. 어디선가 '연민'에 대한 키워드를 봐서였는데, 며칠 후 소설의 장르가 '스릴러'라는 것을 보았다. 스릴러라는 것을 알았으면 읽지 않았을 텐데, 이미 읽기 시작한 때였던가.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또한 장르에 '드라마'와 함께 '범죄'란 단어가 적혀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어떤 용기로 계속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계속 읽었다. 그런데 딱히 '오소소' 소름이 돋는 장면은 없었다. 스릴러에 범죄물이라면 내 안의 공포심이 반응하지 않을 리가 없는데... 뭐지?란 생각이 들어 소설을 출간한 문학동네 카페에 질문을 올렸다.


 소설 속 남성 인물인 '힐디치'가 살인을 하는 장면이나 정황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지 않나요? 제가 놓친 건가요, 하고. 몇 개의 답변이 달렸다. 직접적으로 나오는 건 없고, 분위기와 일종의 암시 같은 것이 나와서 그렇게 짐작할 뿐이라는 댓글들이었다.


 소설 해설에도 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당시에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소개하면서. 그런데, 그렇다고 사람을 살인마로 몰아도 되는가, 란 생각에 '오해와 낙인'이란 제목으로 리뷰를 작성했다. 악플이 달리는 거 아니야, 오들오들 떨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래도 가장 많이 든 생각이 힐디치가 잘못된 행동을 한 것도 분명하고, 어린 시절에 겪지 말았어야 할 큰 사건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사람으로 자란 것도 확실한 거 같은데, 분위기와 정황만으로 살인자라고 할 수 있는가였다. 어쩌면 공포심보다 어떤 연민 때문일 수도 있고.


 전도를 하려던 어떤 사람들이 펠리시아를 오해하고 쉽게 비난했다가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 힐디치를 비난하는 장면을 봐서일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나쁘게만 보면 나쁘게 보이는 게 사람이고, 사람 마음이지 않던가.  


 펠리시아는 잠깐 만났던 그러나 사실상 정확히 아는 거라곤 이름 정도밖에 없는 남자와의 사랑을 진짜라고 믿는다. 그녀의 몸에선 둘 사이에서 축복으로 자라나야 할 생명이 있지만, 현실 속에서 펠리시아는 경멸의 시선을 받을 뿐이다. 그의 이름과 언뜻 들었던 직장 정보만으로 무작정 찾아 나선 길.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남자를 욕하지만, 펠리시아는 그때마다 그것이 오해라고 말한다. 그와 자신은 '사랑'을 했을 뿐이라고. 정말 그들은 사랑을 한 것이 맞을까. 이를 보는 시선도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펠리시아가 답답하다거나 멍청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으니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나에게 사랑은 '책임'이기도 하니까.


 한 사건을 보는 시선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한 사람을 보는 시선 또한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힐디치가 살인마 같진 않다. 단지 그도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맞고 틀리고가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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