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의 불공평함은 여기에 있다. 생각보다 자주 가해자는 자유롭고, 피해자는 고통스럽다. 그 일에서 자유롭지 못해 마치 벌을 받듯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피해자'인 경우가 더 많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잘못하지 않았을 확률이 큰지도 모르겠다.
한 달 전 '필리핀 연쇄 납치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 꼬꼬무를 본 후부터 살인당한 피해자와 피해자를 따라간 아버지의 억울함이 잊히지 않는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총을 들고 있던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잔상처럼 남는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던데, 용서해야 마음이 편하다는데 그런 일들을 어떻게 해내야 하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범죄를 저지른 후 반성하지 못하는 건 인간이길 포기한 행위라는 것이다. 어쩌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보다 반성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죄인지 모른다. 착하게 사는 게 쉽지 않더라도, 삶이 아무리 팍팍하더라도 적어도 남한테 해를 입히며 살지는 말자.
# 신을 욕하지 말아야겠다. 언제부터였던가. 생각해보니 신의 입장을 들어본 것도, 확인해본 것도 아닌데 욕만 하는 건 좀 치우친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여덟 살 인생을 살고 있는 조카가 조용히 던진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신이 있을까" "나는 저기(하늘)에 신이 있을 거 같아" 조카는 신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던 나는 신이라고 다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은 못 하고 고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으니 얼른 말해보라며 달래 보았다. 하지만 나중에 죽어서 물어보고 싶다기에 그러면 100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도 실패. 대신 준이가 기대하는 것처럼 신이 존재하기를 빌어주기로 했다. 그러니 더 이상 신을 욕하지 않을 수밖에. 죄송했습니다. 조카들에겐 사랑과 믿음과 신의의 관계를 선물해주시기를. 그리고 굳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