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까지는 일주일이, 처서까지는 보름이 남았지만 큰 더위는 가신 거 같다. 에어컨 틀고 옹기종기 모여 지내다 우리 가족은 주말부터 에어컨 생활은 청산하기로 했다.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딱 8일 동안 우리들은 에어컨을 켜고 "좁은 곳(안방)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잤다" 작년엔 에어컨을 켜고 잔 기억이 나지 않고, 재작년엔 며칠간 마루에 모여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잤다. 내년엔 또 어떠려나.
올해는 온 가족이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엄마 아빠는 이전엔 이렇게 덥지 않았다고 했다. 선풍기를 처음 산 게 오빠를 낳고서였고, 그전엔 또 그럭저럭 견딜만했다고. 사람만 더운 것이 아니었을 텐데, 동물이나 곤충들은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는 걸까.
이 계절이 되면 화단 곳곳엔 매미와 거미가 자리를 잡고 '버티기' 시작한다. 어딘가에 기록해놨을 거미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 거미는 태풍까지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동안 덥긴 하겠지만, 그래도 다들 이겨내길!!! 이 더위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는 거 같다.
여름 소리. 풀벌레들이 점점 크게, 점점 작게를 반복하며 귀가 멀 정도로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