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서프라이즈라 채용도 서프라이즈인가요.
나는 인사담당자로 일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채용 합격 발표 날짜를 예측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불합격자에게 탈락 소식을 전하는 일이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조금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그래도 적어도 지원자가 자신이 지원한 부문에서 탈락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아보건대 현재까지 합격/불합격의 여부를 알려주는 곳은 지원했던 곳의 반의 반도 되지 않았다. 이중에는 과제물을 내주는 곳, 홈페이지에 반드시 가입을 해야 하는 곳, 심지어 과제를 위해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그곳의 콘텐츠를 유료로 결제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수많은 출판사에 지원했을 때 스스로 지원한 출판사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카드 뉴스와 동영상 등을 만들어 첨부했지만, 인터넷상 후기에 이 모든 걸 '필수'로 요구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현재까지 과제물을 요구했던 곳들은 발표날 고지는커녕 불합격 안내 메일을 보내준 적도 없었다. 메일로 지원할 경우 '읽음 처리'가 안 되도록 설정해놓은 탓에 수신 여부를 끝까지 몰랐던 곳도 허다하다. 밤새 작업한 과제물을 담당자가 확인했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다. 물론 메일로 문의글을 남긴 적도 있지만 답변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채용 과정 중 적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면접비를 챙겨주던 곳들도 있었다(소액의 면접비를 주고, 꼴값을 떨던 임원도 있었다). 성의 표시.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경기도는 청년면접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청년면접수당은 청년 구직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 구직활동을 증진하고 기업의 면접비 지급 문화 확산을 장려하는 사업이다. 이런 문화가 자리 잡으면 조금씩 나아지긴 할 테지... '그냥' '궁금해서' 사람을 면접에 부르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면접수당을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탈락 여부 정도는 알 수 있도록 발표일 명시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다. 지원 후 한 달쯤 지나서야 '연락이 안 오니 탈락했나 보다' 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