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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Oct 06. 2021

"살려고 왔니?"

오늘의 한 문장

 골목길을 지나는데 다음과 같은 말이 들려왔다. "살려고 왔니?" "추워져서 어떻게 하니" 화분을 보며 한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었는데,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말이라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작은 생명체였을 거다. 계속 걷는 중이었는데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살려고 왔니"라고 다정하게 묻던 할머니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렇다. 작은 생명체도, 지금의 우리도 결국 다 살려고 이러는 것이겠지.


 추석에 먹은 음식들을 기록으로 남긴다 하고 미루고 미루었다. 사실 미루고 있는 일들이 참 많다. 손으로 쓰는 일기와 짧은 원고들, 어쩌다 쓰는 독후감을 쓰는 대신 다른 일들이 자꾸만 지연되는데 또 욕심은 많아서 그게 마음에 쓰인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올해 추석엔 역시나 오빠네 가족은 오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은 아니고... 엄마와 난 각자 먹고 싶은 음식들을 상의 끝에 결정했다. 명절에 시골에 가지 않은지 10년 정도 된 거 같다. 그 이후론 명절을 핑계로 잡다한 음식을 하지도 사 먹지도 않았다. 그저 어쩌다 전 정도 사 먹곤 하는 정도랄까. 그래도 이번엔 어찌저찌 엄마와 마음이 맞아 무료한 시간을 몇몇 음식을 해 먹으며 보내기로 했다. 나는 꼬치전을 원했고, 엄만 동태전과 잡채를 해 먹고 싶어 했다. 거기다 동그랑땡이 더해졌는데, 계속 서서 전을 부치는 게 버거워 동그랑땡은 조금만 부처 먹고, 남은 소로는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빚어먹었다. 일손을 보태기 싫어하던 아빠는 음식을 공으로 편히 대신 설거지를 몇 번 도와주었다(강제로 시킴). "언제 또 이렇게 해 먹겠어" 엄마는 이렇게 말했고, 나도 동의해다. 마음만은 풍성한 한가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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