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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Dec 02. 2021

추위가 찾아왔다

 겨울이 돌아왔다. 찬바람에 혼잣말을 하게 되는 추위를 맞은 것이다. 그 사이 난 두 번째 월급을 받았고, 일의 능률도 한 달 전보다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언니는 '방학'을 기대하며 방긋이 안부를 전했고, 맘고생을 하다가 퇴사를 선택한 친구는 열심히 면접을 보러 다니는 중이다. 한마디로 다들 잘 견뎌내고 있는 중.


 이달에는 휴가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운이 좋다면 조카들을 만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휴일'에 대한 감사함을 무한히 느끼면서도 조금 걸리는 것이 있다면 새들의 근황이다. 새들에게도 '겨울'이 돌아왔다. 주로 실내 활동으로 일상을 보내는 내가 알 수 없는 세계. 며칠 전 창가에서 까치가 제법 두꺼운 나무를 입에 물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어머, 귀여워라. 

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지만, 까치로서는 냉혹한 추위를, 제 집을 지켜내는 중일 것이다. 지난봄에 집을 다 지은 후에도 가끔씩 집을 보수하더니만, 그때와 달리 보이는 건 추운 날씨 때문일까. 먹이를 먹으러 오는 박새의 종류와 숫자가 더 많아진 듯하다가, 방문 빈도가 잦아진 듯하다가 가끔 창가에 서 그들의 먹방을 지켜보다가 문득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 그릇에 주던 먹이를 박새가 버리고 있던 것이었다(물론 그 친구만, 그런 거일 확률도 높겠지만). 지난 주말, 박새는 자신의 먹이인 견과류, 해바라기씨가 덩치 큰 건포도에 파묻히는 게 싫었는지 부리로 열심히 건포도를 집어 땅에 버리고 있었다. 에구머니나,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멍하니 지켜보다가, 창가를 톡 쳤더니 박새가 놀라 달아다는 듯하다 금세 다시 돌아와 이내 건포도 버리기를 다시 시전하는 것이 아닌가.


 창문을 열어 박새와 놀란 내 마음을 진정시키기 잠시, 건포도를 너무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던 직박구리가 이날은 먹이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것이었다. 지난 여름 직박구리가 낳은 사형제의 구리 녀석들이 열심히 먹이를 먹어치우다가 모습을 보이지 않길래 독립을 했나 보다 한 게 별로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한 쌍의 부부와 한 마리의 직박구리만 방문하던 시기를 지나 '가족' 단위의 방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섯 마리의 직박구리가 한꺼번에 방문하곤 하니 조금씩 내주는 먹이가 성에 차지 않은 것 같아 박새류 먹이통과 구리들 먹이통을 분리해주었다. 


 집에 있을 때만 먹이를 채워줄 수 있을 텐데, 먹이가 없을 때 새들은 어찌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곡식과 과일이 익는 계절 '가을'이라 먹을 게 많지 않을까 기대했던 시기에도 잘 먹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마음이 쓰였는데, 참으로 혹독한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자신의 밥인 건포도(과일류)를 다 먹고, 배가 차지 않는지 박새의 먹이(해바라기씨)를 먹는 직박구리. 먹지 않던 먹이를 먹는 것을 보니 영 먹을 것이 없다 보다. 맴찢. 
건포도를 사러 시장에 가는 빈도수가 늘고 있다. 겨울이 무섭다ㅠ 근데 왜 화단 감나무 '감'은 잘 먹지 않는 걸까...


 이래저래 자연히 마음이 움츠러든다. 새들이 보내고 있을 야생을 생각해보아도, 제대로 된 난방을 하지 못할 사람들을 생각해봐도 겨울은 너무 냉혹한 계절인 것만 같다. 벌써 봄이 기다려지는 건 단순히 기온이 오르고, 꽃이 피어서만은 아니다. 마음이 움츠러들지 않아도 돼서, 덜 염려해도 되는 계절인 것만 같아서다. 모두들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추위 속에서도 곁에 있는 온기를 잊지 말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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