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이곳이 지옥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꼭 내 상황만을 두고 떠오른 생각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처한 처지가 딱 그러했다. 그러니까 벗어날 수 없는 형벌로 가득 찼다는 그곳이 내세가 아닌 지금, 이곳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곤 한 것이다.
그런데 또 살만 해지면, 사는 게 머 별 거 있나 싶을 때가 찾아왔다. 결국 삶은 어떻게든 굴러가게 되어있고, 어떻게든 굴러가다가 어떻게든 다시 삐끗하는 것이 빌어먹을 평범한 삶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너무나도 자주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지옥' 또한 상상의 세계이니, 그곳이 아무리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들 그곳 또한 소소한 행복이 없을 리 만무하단 상상으로 이어진 것은 그래도 다시 살만 해졌을 때였다.
왜 도망치지 않고, 죽음을 택하지 않고 '지옥' 속에서 사람은 계속 삶을 살아갔던 것일까. 도망치는 법을 몰라서? 죽음을 택할 수 없어서? 아니라고 본다. 결국, 사는 법밖에 알지 못하는 사람이, 결국 지옥 속에서도 살고 싶어 한 사람이 상상 속 '지옥'에서도 '생'을 이어간 것이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을, 한해를 버텨낸 모든 이에게 존경의 의미를 표하고 싶다.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하루하루 속에서 어찌저찌 나는 또 버텨내었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으며, 배고픈 내 배와 굶주린 누군가의 배를 채워줄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자위하고 싶다.
앞으로도 찾아올 우울과 절망 속에서도 지옥이 떠오르면, 내 반드시 지옥 속 '행복'을 기억해내면 또 버티고 버틸 것이다. 2021년도 굿바이. 새해엔 부디 더 좋은 소식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