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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Feb 04. 2022

까치의 이사

 처음엔 집 보수를 한다고 생각했다. 까치집 아래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보며, 부지런하기도 하지, 하며 지나쳤던 것도 잠시. 까치집이 조금씩 미세하게 줄어드는 것만 같더니, 어느새 까치집 윗부분이 휑해졌다. 그렇다. 휑해진 윗부분을 보면서도 아니기를 바랐지만, 아닌 게 아니었다. 설 연휴엔 집에서 나뭇가지를 빼어물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그러니까 1년도 채 살지 않았던 집을 허물어 다른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다. 매해 까치집을 드나드는 까치를, 운 좋으면 그 새끼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건만... 버스를 기다리며 까치 부부가 어디로 날아가나 보고 있었지만, 까치보다 내가 그 자리를 먼저 떠나 아직 새 보금자리가 어느 쪽인지도 알 수 없었다.


 까치랑 든 정도 어마어마하지만, 무엇보다 까치의 이사에 내가 어떤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새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제법 많은 새가 모여들 때가 있는데, 그게 까치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거란 추측을 하게 된 것이다. 


 새 먹이를 주게 된 건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아 키울 까치를 응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까치는 정작 먹이의 혜택을 누리지도 못했다. 물론 당사자인 까치에게 이사 이유를 들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미 까치와 나 사이에는 예상을 빗나가는 일들이 자꾸만 생겨나게 됐다. 그래도 까치의 앞날에 행복만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걸 까치가 알아줬으면 좋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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