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동아줄

유연함과 굳건함

셋째 날

by 하얀
KakaoTalk_20200523_224523794.jpg 흔한 제주도 도서관 풍경


대나무 소리

제주도에서의 바람을 적은 지난 글에 될 수 있다면 더 단단해지고 유연해지고 싶다는 다짐을 적었다. 그 문장을 속으로 되뇌었더니 '단단한 것'과 '유연한 것' 중 무엇이 더 강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다 혼자 유연해지는 것이야 말로 강해지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 세찬 바람에도 꺾일 위험이 없을 테니까. 속으로 '암, 유연함이 최고지'라고 혼잣말을 하며 둘째 날 숙소 주변 올레길을 걷는데, 바닷가 바람에 따라 춤을 추듯 흔들리는 야자수가 눈에 띄었다. 야자수 이파리 부분을 비롯해 그 아래 몸통 부분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가만히 봤을 땐 단단해 보이기만 하는, 홀로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야자수였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길을 나섰던 셋째 날. 삼매봉 도서관 주차장 쪽 길을 보니 한편에 자리 잡은 대나무들이 시선을 끌었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대나무. 강인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대나무 역시 바람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었다. 유연함과는 거리가 멀 것만 같아 보였는데 아니었다. 자기들끼리 부딪히며 ‘딱, 딱’ 소리를 내면서도 유연하게 흔들렸다.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고. 단단해 보이는 나무의 한 몸엔 유연함과 강인함이 함께 존재했다. 물끄러미 야자수와 대나무를 보니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나무처럼 강인함과 유연함을 함께 지닐 수 있을까. 단단하게 몸을 고정시키고 있으면서도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 춤추듯 흔들릴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우선 푸르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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