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날(5/26)
다섯째날은 제주지인의 집에 묵었다. 오랜만에 회포를 푼 다음날, 다시 숙소로 돌아오기에 앞서 지인 언니가 추천해준 독립 서점에 들렀다. 이날 방문했던 서점의 이름은 아베끄, '북스토어 아베끄(한림읍 금능9길 소재)'다. 협재해수욕장을 지나 금능해수욕장에까지 찬찬히 걸어 방문한 곳. 중간에 태권도복을 입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친구에게 서점에 대해 묻기도 했는데, 동네주민은 잘 모르는 듯했으나 관광객들의 발길은 제법 이어지는 것 같은 곳이었다.
처음엔 사실 크기가 매우 작아 '서점'의 모습을 기대하고 방문하기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찬찬히 생각해보니 작은 공간이 주는 위안까지 갖춘 곳이니 '독립서점'에 걸맞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서점들은 사라지고, 몇몇 대형서점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로 사람들의 시선을 이끄는 곳들.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곳을 방문할까. 언니는 독립서점에서 가장 최근에 산 책. 뉴욕타임즈에 실렸던 부고 기사 모음집을 가리켜 '독립서점을 찾지 않았다면 사지 못했을 책'이라고 말했다. 득템이라며 좋아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니 서점의 위기 속에서 독립서점이 사랑받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찾아보니 제주도 독립서점 1호는 2014년 5월에 문을 연 '소심한 책방(구좌읍 종달동길 소재)'이라고 한다. 책방 주인은 “제주의 작은 시골마을에 책방을 내기로 결심한 뒤에도 ‘과연 이곳까지 누가 찾아오기는 할까?’ 하는 소심하고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며 “그 마음을 이름에 담았다”고 말했다 한다(한겨레21 기사 ‘버텨줘서 고마운 책방들’(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4240.html) 참조).
소심한 마음을 버티게 해준 건 그보다 더 큰 용기와 결단력이었을 거다. ‘소심한 책방’ 홈페이지(http://sosimbook.com/shopinfo/company.html)에 들어가 보면 이런 자신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꾹꾹 눌러쓴 인사말이 있다. 그 글을 통해 주인장은 “신간들도 있겠지만, 두 주인장의 편애들로 골라둔 책들이 주를 이룰지도 모른다”며 “혹 책이 팔리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내가 갖지 뭐. 하는 식으로 최악의 사태를 호사스러움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모든 독립서점이 그러할 것이다. 주인장들의 취향과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겠지. 그래서 어쩌면 책 추천을 부탁하기에 가장 좋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베끄에 방문했을 때 나는 사진집에 대해 물었고, 책방 주인분은 사진집 대신 사진 에세이집의 위치를 알려줬으니까.
아베끄는 프랑스어로 ‘~와 함께’라고 한다. ‘사랑’을 다룬 책들로 공간을 채웠고, 신간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십여분을 그곳에 머물렀을까. 내 방문 앞뒤로도 내 또래의 여성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많진 않았어도 홀로 혹은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다는 건 우리들 마음 한켠엔 언제나 ‘작은 공간이 주는 위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닐까.
앞에 옮겨적었던 ‘소심한 책방’ 인사말에는 앞서 "달이 차오르듯 시간을 들여 조금씩 조금씩 소심한 책방 서가에 꽂힐 책들을 늘리고 있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우리들 마음에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과 타인의 이야기를 간직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길 바랐던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