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동아줄

어서 와, 짝꿍 있는 제주도는 처음이지

열 번째 날(5/30)

by 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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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에게 처음 먹여본 제주도 고기국수. 내가 전에 끓여준 국수와 맛이 비슷하다고 해서 속상했다. 훨씬 맛있길 바랐는데... 내가 주문한 비빔국수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P1110933.JPG 바람에 휘날리는 겉옷이 마음에 든다고 스스로 뽑은 베스트 컷. 멀리 바위 위로 낚시꾼들도 보인다.
P1120041.JPG 생명의 신비를 확인케 했던 현장. 빨리 뒷다리가 쑤욱, 앞다리가 쑤욱 하기를~.
P1120084.JPG 올레시장에 위치한 새로나분식 '모닥치기'. 잘 안 보이지만, 맨 아래 김치전이 있고, 어묵, 김말이, 만두(2개씩)도 들어있다. 살짝 맵다.
P1120085.JPG 흑돼지 철판구이도 맛있었다. 꼬치보다 훨씬 나은 듯.

짝꿍이 왔던 날. 보슬보슬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를 보면서 안 왔으면, 안 왔으면 했는데. 결국 오고야 말았다. 그래도 뭐 할 수 없지. 비 온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지나(풍경이 조금 달라지긴 하지, 헤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예정대로 올레길을 걸으며 '외돌개'를 본 덕이다. 맞다, 그렇게 달라질 건 없다. 생각해 보면, 돌고래를 볼 확률이 조금, 조금 많이? 낮아지긴 해도 사실 돌고래는 '운'의 영역이니까. 냉정해져야 한다. 내 짝꿍처럼♡.


대신 얻은 것?도 있다. 덥지 않았다. 오히려 서늘했지만, 옷을 넉넉히 챙겨 입은 덕에 딱 좋았던 거 같기도 하다. 옷 3겹 입은 건 안 비밀. 바닷가는 서늘하다. 제주도가 따뜻하다고 '육지' 기준으로만 생각하면 오들오들 떨 수 있다. 제주도가 따뜻한 건 맞지만, 제주도보다 서귀포가 더 따뜻한 것도 맞지만, 제주도에 '바람'이 분다는 것과 바닷바람은 결코 따뜻하지 않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물론,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비교적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가파도 보리축제 기간 서울 날씨 기준으로 옷을 입었다가 '바람막이'를 빌려 입었어야 했다 (밤바람도 차다). 이날 짝꿍이 전주보다도 기온이 훨씬 낮다고 놀랬었지. 헤헤.


어쨌든 이날 제주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서귀포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짝꿍과 첫끼를 먹은 곳은 '앙끄레국수'였다. 사실 맛은 평범했는데. '앙끄레'가 제주어로 안거리, 안채를 뜻하는 방언이라는 걸 알게 된 건 큰 수확? 같았다. 대충 허기를 달래고 숙소 앞 바다를 잠시 보여주고, 외돌개로 전진, 전진(하기엔 사유지 때문에 돌아가야 했다). 그래도 지도를 볼 줄 아는 짝꿍 덕에 헤매지 않고, 전진, 전진한 우리. 외돌개에 잠시 탄성을 지르던 짝꿍은 그보다 고인 물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치고 있는 '올챙이'에 더 큰 환호를 보냈다. 한 웅덩이에만 있지 않고, 바로 옆 웅덩이에도 가득 있던 올챙이들. 개구리들이 파이팅이 넘쳤나 보당.


외돌개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짝꿍과는 뒤이어 '올레시장'에 갔다. 시장도 좋고, 마트도 좋은 내가 가자, 가자 이끈 곳.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려 하나 했을 때 즈음이었는데, 천장이 있는 곳이라 비올 때 쓰윽, 한 바퀴 돌아도 좋은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사람들이 없었다고 하던데, 이날은 주말이라 그런지 인파가 꽤 있었다. 제주시에 있는 동문시장보다 덜 북적거려서 인지, 제주민속오일장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시장.


시장에서 엄청 먹고 싶던 모닥치기를 먹고. 모닥치기에 ‘전’이 들어간 건 처음 봤는데, 무려 짝꿍이 좋아하는 ‘김치전’이라서 더 감동함. 사실 김치맛 김치전 느낌이었는데도 맛있었다. 살짝 매워서 먹고 화장실 좀 갔지만ㅜㅜ. 2차로는 흑돼지 철판구이. 헤헤. 행벅했다. 화장실 가기 전까지는. 호호. 화장실 좀 가고, 보석귤, 보석귤 하던 짝꿍은 끝내 보석귤 시리즈를 사고(귤 말랭이, 귤칩, 귤 초콜릿 등), 버스 정류장까지 갔지만 또 화장실에 가야 했던 슬픈 과거의 나는 약한 장을 부여잡고 숙소로 돌아왔다. 혼자가 아닌 님과 함께.


좋게 표현하면 굉장히 ‘독립적’이라고 생각했던 짝꿍이 스스로 비행기표를 끊은 건 처음이라고 했을 때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좀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위해 쉴 줄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휴가 때 늘 지쳐서 집에서 쉬었다는 님. 님아 자주는 못 쉬어도 잘 쉬는 것이 어렵다고는 해도 그래도 가끔 쉬어 가요. 그럼 조금은 덜 지치지 않을까. 어땠을까, 첫 티켓팅을 통해 찾은 제주는. 그리고 또 처음이었을 짝꿍이 있는 서귀포를 찾은 내 짝꿍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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