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동아줄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열한 번째 날(5/31)

by 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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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성게돌솥밥, 몸국. 그리고 서비스로 주신 전과 조기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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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 숙소 앞 바다.
P1120117-1.jpg 발걸음을 멈추게 하던 곳. 의외로 끝까지 걷지 않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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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하던 풍경. 쉬었다 갑시다. 장난도 쳐보고.
P1120185.JPG 나중에 보니 평일에도 제법 차가 주차돼 있던 곳. 식당 아니고 카페 '벙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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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고 소화제 먹기.

부슬부슬 계속 비 내리던 일요일. 혹시나 금방 그치지 않을까 창밖을 보며 숙소를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조금은 늦잠을 자기도 했는데... (아하! 아니었다. 모기 때문에 잠을 계속 설친 뒤에야 모기를 잡고, 잠들 수 있었다. 벌써 기억이 미화되다니...) 그래도 비가 그치지 않아 무작정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에 갔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날은 즉흥 여행이었던 셈. 어쨌든 제주도 향토 음식인 ‘몸국’을 주문해 짝꿍에게 맛보게 하고, 짝꿍은 성게 돌솥밥을 주문했다. 의외로 몸국이 맛이 괜찮다고 해서 뿌듯했다. 헤헤.


다행히 밥을 먹고 나니 비는 그쳤고, 하늘도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그에 힘입어 다시 앞으로 전진, 전진. 혹시나 돌고래가 없을까, 기웃기웃거렸으나 돌고래는 보이지 않았고, 돌고래가 자주 출몰한다는 ‘대정읍’에는 날씨 탓에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혼자서 지나가지 못했던 ‘정글터널길’을 함께 통과했다. (고맙습니다) 비가 온 탓에 길은 많이 질었고, 미끄러웠다. 그래도 혼자였다면 가지 못했을 길을 같이 가서 좋았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카페 ‘벙커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역시나 뷰가 좋았던 곳. 아메리카노는 산미가 좀 돌았고, 봄날(키위+한라봉? 뭔가 만감류였다)이란 음료는 좀 단 듯했다(한라봉, 감귤 주스 등 만감류 주스에 비해). 걍 음료 맛은 쏘쏘였으나, 스콘은 좀 괜찮은 거 같았다. 뭐랄까 좀 짝꿍 입맛에 가까웠달까(보슬보슬한 식감보단 퍽퍽하고, 단단한 느낌). 이것보다 좋았던 건 역시 ‘뷰’였다. 야외에 있는 소파에서 볼 수 있는 바닷가의 모습. 잠시 쉬어가려는 이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던 곳.


이어 다시 버스,에 이어 버스,에 몸을 맡기고, 공항 근처 연동에 자리한 ‘프로젝트 064’에 갔다. 갈 때마다 거의 음식이 늦게 나왔었는데, 이날은 무슨 일인지 음식이 빨리 나왔다. 음료도 맛있고, 음식도 맛있는데 드물게 분위기도 좀 괜찮아서 전 직장을 다닐 때 또래들이 좋아했던 곳이다. 그리고 나도 좋아했던 곳. 이상하게 제주를 떠나서도, 근처에 오게 되면 들리게 되는 곳. 죽치고 앉아 별것 아닌 일도 심각하게 나누던 날들의 지금보다는 조금 더 어린 내가 있기 때문일까. 추억이 담긴 곳에서 짝꿍과 밥을 먹으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어느새 해는 졌고, 짝꿍은 다시 육지에 가야 했다. 숙소에서 만난 어느 여행객이 언제까지 묵냐고 물어왔었다. 이에 남자친구는 내일 가고, 나는 좀 더 오래 묵는다고 답하면서 뭔가 기분이 이상했는데 금방 또 볼 걸 알면서도 그래도 아쉽기만 하다. 여타 다른 날과는 조금 다른 헤어짐. 남자친구 말처럼 내가 떠나온 것인데도 보내는 것이 쿵, 했다. 그러고 보면 수없이 매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살고 있지만 어느 이별 하나 익숙지 않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인연’의 아쉬움 때문일까. 한 달 가까운 여행 기간 중 앞으로 이주 넘는 시간이 남아 있다. 알 수 없지만, 아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제일 허했던 날로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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