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날과 열세 번째 날(6/1~2)
언제였더라. 숙소에 온 첫 주말이었던가. 뭔가 생각보다 금방 적응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여전히 밤은 무섭지만 공간에는 익숙함이 더해졌고, 제법 반복되는 일과가 있는 탓인지, 일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처음 했던 다짐과 달리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은 역시 '취침과 기상 시간 지키기'였다. 자정 전에 잠든 적이 있었던가, 없다. 그렇다면 오전 9시에 일어난 적은? 역시...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겁이 많은 데, 이곳에는 벌레도 많고, 문을 두들기거나 자신의 방을 찾지 못하는 낯선 이가 있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 날이 밝아서야 마음 놓고 잠드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뭐, 역시나 어쩔 수 없는 게 인생이고, 여행이겠지,라고 한껏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무섭긴 무섭다.
그래서 과거 밀린 일기를 열심히 쓰고 있는 오늘은 아예 패턴을 바꿔 새벽 늦은 시간까지 무언가를 쓰기로 했다. 떨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느니 뭐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떠나오니 알게 된 것인데, 나는 겁이 많고, 새벽에 자지 못 하는 것은 또 다른 절망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뭔가를 쓸 수 있다고 하면 그건 좀 복된 일인 거 같기도 하다. 그나마, 란 단서가 붙긴 하지만. 이것도 다 추억이 되길 바라면서 끄적여 보는 일상 아닌 일상은 작은 뿌듯함과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공포감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우연히? 발견한 하나로마트에서 ‘토마토’를 사며, 이걸 다 먹으면 건강해지겠군, 하며 뿌듯했던 다음 날엔 일어나자마자 처음 보는 다리 많은 벌레를 만난다. 안녕, 어디에서 왔니.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이 일들의 중심에 있는 나는 아직, 별 거긴 하다. 이런 일들도 추억이 되겠지. 자꾸만 숙소 개나 동네 개를 방에 소환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매일이지만, 개들이 싫어할 테니 홀로 견뎌봐야지.
자연 속으로 들어와 보니 자연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벌레와 무서운 사람은 무섭고. 나는 쫄보고, 가장 좋아하는 짝꿍이 보고 싶다. 오늘(수요일)에서야 알게 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주말에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남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공포스럽군. 지금 시간은 4일 오전 1시 25분. 대략 2주 넘는 시간이 남았고, 그 사이에 엄마와 이곳 사람들을 만나면 시간은 또 금방 지나가겠지. 그러면 또 기억은 미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