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동아줄

안개가 심했던 날

열네 번째 날(6/3)

by 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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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일기 한 편 쓰고 나니 이렇게 안개가 자욱해진 상태였다.

이번 제주 여행 일정에서 혼자 카페에 간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다들 후기가 좋았는데, 카페 '랍다, 즐겁다'가 끌린 이유는 단연코 맛있는데 저렴하다고 해서였다. 내가 한달살이를 하고 있는 곳은 서귀포 호근동 바다 쪽 숙소로 '범섬'이 보이고, 한라산(은 어디서나 보이지만)이 보여 뷰가 좋은 곳이다. 요 며칠 전 짝꿍과 뷰과 좋은 곳에 다녀왔으니(보다 맛있는 음료를 원했다) 조용한 곳에 가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관광지이지만, 관광지 카페 느낌보다는 쉬어갈 수 있는 카페를 원했달까. 그래서 방문했던 곳.


홍보 아닌 홍보 글 같네(이것은 홍보글인가)... 부정할 수 없지만,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맛있고 친절한 곳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보다 착하고 친절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복된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쓴다고 누구 하나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따뜻했던 어느 날을 내가 기억하고, 누군가 자신이 방문했던 좋았던 카페를 기억하면 그것만으로도 추운 겨울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 느낌, 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를 마신 느낌을 상기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님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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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로 표현된 눈. 부드러운 거품이 예술이었다

이날 내가 마신 건 지꺼진 라떼였다. 제주어로 '지꺼지다'는 기뻐하다, 즐거워하다, 신나다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쭉 들이키니 달콤한 거품이 당 충전은 물론, 기쁨 충전까지 도왔다. 헤헤. 사장님이 말씀해 주시길 원래 지꺼진라떼(아이스, 4500원)는 미지근하게? 만드는 편인데, 손님들이 얼음을 넣고 시원하게 마시길 원한다고 그렇게 만들어드릴까요, 하고 물어봐주셨다. 나도 그 편이 더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게 달라고 했다. 음료가 맛있다더니 진짜 맛있었다ㅠ.ㅠ


누군가 자신의 단골 카페라고 하던 곳. 다른 이의 후기엔 녹차빙수도 맛있다고 하던데... 먹어보고 싶다. 아쉽게도 옥상은 재정비 준비 중이라고 했다. 6월 말~7월에 새롭게 선보일 거 같다고(홍보인가ㅜㅜ). 솔직히 음료나 카페(옥상) 등 설명 좀 너무 친절히 해주셔서 감사했고, 딸한테 자상한 모습도 기억에 남아 열네 번째 날 원픽은 누가 뭐래도 이 카페 '랍다, 즐겁다'였다는. 언젠가 호근동에 다시 오게 된다면 잊지 않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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