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번째날(6/15)
전 직장 동기 언니를 만났다. 언니를 만나기 전에는 가장 좋아하는 더치커피를 판매하는 곳에 들러 언니에게 줄 커피를 샀다. 그러고 보면 추억이 있으니 자꾸 찾게 되는 곳들 인 것 같다. 추억은 버틸 힘을 주기 마련이니까. 언니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2월이었다. 면접을 보러 들어가는 길이었다. 낯선 곳에서 잠을 설쳤던 나는 건물 앞에서부터 면접 대기 장소까지 걸어가며 참 많이도 재잘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언니와 나는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날도 우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언니를 만나 지난날들을 회상했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그러면서 언니는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그때보단 많이 강해진 거 같다고. 좋은 소식이었다. 그때보다 행복해 보였으니 그것도 참 다행이었다.
그러다 '운' 같은 것에 대해서도 대화 나눴다. 언니는 운은 사람이 만드는 거 같다고 말했다. 꼭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떤 의미인지 알 거 같았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은 수많은 선택지로 이뤄지고,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니까.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나쁜 운을 불러오기 쉬울지 모른다. 자꾸 안 되는 일에 운이 나쁜 거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단지 안 풀리는 때일지도 모르니까. 그렇담 운을 부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고 어떤 것을 견딜 수 없는지. 어떤 강점이 있고, 상처가 있는지 등을 스스로 알아야만 어떤 불행은 피해 갈 수 있는지 모른다. 슬픔과 아픔만 덜어내도 삶은 한결 나아질 테니까. 그렇담 불행으로부터도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달콤한 커피를 좋아한다.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면 힘이 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날 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콤한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커피가 조금 썼다. 더치커피가 진하게 희석된 탓 같았다. 다음엔 연하게 마셔야지, 생각했다. 같은 커피도 더 달콤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내 입맛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다. 그렇담 달콤한 향과 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날 발견한 밀크티 맛집. 요즘엔 좋은 카페, 맛있는 식당을 발견하면 좋으면서도 곧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 란 걱정도 든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한 탓이겠지. 다음에 방문했을 때도 꼭 그 자리에 있었음 하는 생각을 했다. 될 수 있으면 아주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음엔 다른 것도 맛보고 즐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