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번째날(6/16)
언니네서 하루를 묵고 집으로 돌아온 날. 무거운 발걸음으로 걷다가 매일 보던 올레길 표식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행 온 사람들이라면 한 컷씩 찍지 않을까 싶어서. 잘 가고 있어요, 란 저 리본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안심했을까를 생각하니 갑자기 특별해져 보였다. 역시, 의미부여란 엄청난 것인가 보다.
훌쩍 떠나온 제주에서의 생활도 며칠 남지 않은 지금. 이날은 꽤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기 때문일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훌쩍 다시 여행하듯이 집을 나섰다. 그리고 또 역시 다른 동기 언니를 만났다. 꼬불꼬불. 버스를 타고 제주시내에 나간 것이다. 역시 조용한 동네와는 달리 제주시내엔 큰 건물들이 가득했다. 언니는 주택가를 지날 땐 다음번엔 이런 곳에 머물라고 말했다. 난 그래야겠다, 고 말했지만, 이내 그렇담 역시 제주에 온 기분을 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곳은 너무 번화가니까. 그럼에도 맛집이 즐비한 모습을 보니 심장은 두근댈 수밖에 없었다.
족발. 가장 좋아했던 음식 중 하나였던 제주산 족발(하나라고 말하기엔 너무 많았지만)을 먹었다. 제주산 고긴 허기진 마음을 달래기에도 특효가 있었다. 20대까진. 그것들은 여전히 맛있지만, 그래도 그때의 감동까진 전해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추억 속에서 고기를 먹고 있는 난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거 같다. 아닌가. 눈 동그란 언니를 봐서 그런가. 같이 또 따로 봤던 동기 언니들. 처음 만났던 게 벌써 4년 전일이다. 그때보다 우린 조금 더 성숙해지고, 용감해졌겠지만 여전히 흔들리며 자기 방식대로 버텨나가고 있는 거겠지. 그럼에도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슬픔에 같이 분노해주던 이가 있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