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번째날(6/17)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갔다. 한 거라곤 끼니를 챙겨 먹고, 단편소설 하나를 읽은 게 다인 거 같았는데.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시간이 더 잘 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생각 따위를 하며, 일기를 쓰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했을 일을 내일로 미뤄버렸다. 예를 들면 이제 반납해야 하는 책들을 챙겨 내일은 도서관에 가야 한다. 매일 하고 있는 분리수거도 내일은 더 꼼꼼히 챙겨 나가려고 한다. 부피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 될 것이다.
오늘 도서관에 가지 않은 것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 좋은 핑계를 댈 수 있는 날씨란 변수. 그래도 그 변수 덕분에 소설을 조금 더 읽을 수 있었으니 그것 또한 좋은 거 아녔을까. 숙소 마스코트 재인이는 이런 날 바깥에서 지내지 않고,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다. 속칭 '카페'라 불리는 그곳에서 재인이는 잠을 자거나 그것보다 더 자주, 그리고 절대적으로 주인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듯했다. 묶여있는 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시간은... 시간도 잘 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잘 가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다 보냈을 땐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내일은, 아니 이제 오늘이 된 18일에는 짝꿍이 온다. 짝꿍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를 봐도 좋겠지. 그러다 돌고래를 보면 더 좋고. 그러고 나서 꼭 안고 자야지. 헤헤헤. 밀린 일기 쓰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