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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Oct 19. 2020

"비행기다"

조카가 보고 싶다ㅠ.ㅠ


 아빠 심부름을 하러 가던 중에 고척돔구장 앞에서 비행기가 지나가는 걸 보게 됐다. 동네에서 비행기가 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언젠가부터 의미 있게 느껴지는 건 이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곁에 늘어났기 때문이다. 첫째 조카 하준이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걸음을 멈추고 오래도록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외친다. "비행기다!" 아마 둘째 조카도 곧 같은 환호성을 터뜨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신기하다. 조카, 둘이, 나란히 서서 "비행기다!"라고 외치는 어쩌면 당연스러운 순간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이. 나는 고모가 됐고, 조카들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내게 비행기 소리는 그저 소음이었고, 그 소음도 이내 무감각해졌는데 요즘엔 반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처럼 낮게 나는 비행기를 볼 수 있는 날엔 더 그렇다. 이곳에서 비행기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건 엄청난 수확이다. 소음을 이내 멋진 풍경으로 인식하게 하는 사람들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엔 저 야구공 안에 비행기가 걸리게 사진을 찍어보리라 다짐하며 다시 심부름하러 앞으로, 앞으로. 갈 길은 멀었지만 발걸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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