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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Dec 26. 2020

99%의 마음

 100일 동안 참여했던 '새소리 듣고 옮기기' 플백을 끝마쳤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잠에서 깨면 새소리를 듣고, 옮겨 적었다. 생각보다 옮기기 어려운 새소리가 많았는데 참여자들이 옮겨 적은 새울음 소리도 제각각이었다. 다른 이들의 인증글을 보면 저 소리가 더 근접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정답은 없었고, 정답을 찾는 프로젝트도 아니었다.


 내 목표는 100일을 모두 채우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보통 나와 같지 않았을까. 카카오에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무수한 도전을 계획해 실행했다. 필사하기, 풍경 사진 찍기, 명상하기, 요리하기 등 매일 꾸준함에 도전했다. 나는 이 '매일'에 주목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실행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00일이 흐른 지난 15일. 나는 성공했고 뿌듯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100% 인증에 성공한 사람들 명단에 내 닉네임이 올랐다. 하루 정도는 빼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매일 인증하기를 해낸 모든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남는 건 다른 것이었다. 100이 아닌 '99'란 숫자였다. 만일 실수로 하루를 건너뛰었어도, 나도 계속 빠짐없이 인증을 해낼 수 있었을까. 카톡 단체방에 한 참가자가 자신의 인증 목록을 올렸다. 그는 초기에 딱 한 번 인증을 건너뛰었을 뿐이었다. 초기라면 습관이 들기 이전 일일 것이다. 그는 초반에 하루를 빼먹었다. 하지만 그 이후론 꼬박꼬박 새소리를 듣고 자신만의 새소리를 옮겨 적었다.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99% 인증을 해낸 사람들이라면 처음 목표는 나와 같았을 확률이 크다. 어쩌다 하루 마음먹은 일을 건너뛰게 되었지만, 그들은 곧 다시 마음먹었던 일을 계속해나갔다. 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프로젝트에만 국한한 일이 아니다. 이런 일들은 수없이 반복되니까. 한 번 빼먹었다면 두 번, 세 번은 더 쉬울 것이다. 이미 목표 달성을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면 그만인 일들이 우리 앞엔 수두룩하다. 그러나 마음을 달리 먹는다면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일들도 무궁무진한 게 우리의 삶이다.


 내 목표 달성에 큰 힘이 되어주었던 보상 선물은 100% 달성자들뿐만 아니라 99%의 달성자들에게도 주어졌다. 언뜻 보면 억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낸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아서였다. 선물은 달랐다. 그러나 의미는 같았을지도 모른다. 계속 해낼 수 있는 힘을 응원하는 것이다.


 나는 내 마음에 99란 숫자를 되새기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한 번 정도는 삐끗해도 괜찮다. 꼭 100% 일 필욘 없는 거니까. 새해엔 이런 마음을 더 자주 떠올려야겠다. 그렇다면 무엇이든 계속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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