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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Mar 15. 2020

4. 봄 마중

지난주 주말. '이제 정말 봄이구나' 하는 탄성이 자꾸만 흘러나왔다.


따뜻한 햇살이 사진에도 그대로 담겨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번 주는 쌀쌀한 바람이 계속 불어댔지만)


신문에는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빨리 핀 '꽃'들의 모습에 "성질 급한" "봄 마중" "봄 재촉하는" 하는 제목이 달렸고,


나는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듯한 봄에 내내 설렜다.


이제 움츠러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계절을 말할 땐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말한다.


개학과 개강이 시작되는 시기도 3월인 '봄'이고(직장인에게도 겨울 방학이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봄을 기다리기 위해 겨울을 견뎌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엔 창덕궁을 찾았다. 


그곳엔 오랜만인 외출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림자마저 하나로 이어진 연인과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추억을 기록하던 친구들도 있었다.


다들 열심히 자기들 방식대로 '봄 마중'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짊어진 사람들도 곳곳에 보였다.


다들 각자의 일상에서 잠시 외출을 나온 터일 것이다. 설렘을 가득 안고.



창덕궁에는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꽃들이 있었다.


그 모습에 카메라를 든 한 방문객은 관리인으로 보이는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래도 꽃이 피려면 4월은 돼야겠다"라고 말하셨다.


그렇다. 그날의 우린 설렘을 가득 안고 '봄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


시기상 봄은 이미 찾아왔지만, 꽃은 활짝 피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다리면 되는 거겠지, 뭐.




누군가는 1년을 기다렸을 텐데, 까짓 거 한 달만 더 기다리면 된다.


그땐 어느새 기온도 성큼 올라 가볍게 걸친 외투도 버겁게 느껴질지 모른다.


움츠려 들지 않아도 되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시원한 음료 한 모금에 행복해질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봄의 행복, 그 한복판에 있는 듯하다.


이것이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일 것이다. 





뒷모습에도 설렘과 행복이 담긴다. 이날 내가 확인한 건 그런 것들이었다.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같은 것. 


만개의 행복이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수호신이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우리의 불행을 막아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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