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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Mar 24. 2021

새들의 식사

그것이 알고 싶다

 집 짓기를 끝마친 까치들에게 먹이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늘 함께 모습을 드러내던 까치 부부가 2주 넘게 한 마리만 보이게 되자 암컷 한 마리가 알을 낳았거나 낳을 준비를 하는 모양이라고 지레짐작한 것이다(사실 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물어다 줘야 할 텐데 과연 먹이가 충분히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 것이다. 아직 알을 낳은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난 19일 금요일과 22일 월요일에 각각 한 번씩 두 마리가 함께 어디론가 날아가는 모습을 목격했고, 5일에 마지막 솜뭉치를 물고 온 모습을 본 뒤로는 주로 한 마리만 둥지와 그 주변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현재까지 먹이를 물고 온 적은 없다. 대신 나뭇가지를 물고 온 것을 한 번, 어제 집 재정비하는 모습을 한 번 목격했다. 그 외에는 순찰처럼 보이는 행위를 할 뿐이다.


 어찌 됐건 암컷 까치가 알을 낳으면 암컷은 알 품기에 집중하고, 수컷이 먹이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산란기는 3월 상순에서 중순이며, 일주일이면 5개에서 6개의 알을 낳고, 알을 품는 기간은 17일~18일이라고. 부화한 새끼는 약 한 달간 둥지 속에서 먹이를 받아먹으며 자란다고 한다.(출처: 다음 백과)


 영리해 사람도 알아본다는 까치가 집 짓는 것을 응원하며, 혼자만의 우정을 키워온지도 두 달이 넘었다. 하지만 집을 다 지은 까치는 다시 날 낯설어한다. 날 보면 날아오다가도 유턴을 하기도 하고(또르르). 그래서인지 까치는 내놓은 먹이를 보고서도 별 반응하지 않는 듯하다. 반면 직박구리는 경계는 하되 먹는 건 먹는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편이라 할까. 누가 먹으면 어떠랴. 누구든 영양 보충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먹이는 주로 땅콩을 준다. 지난달부터 시작해 최근엔 자주 주기 시작했다. 땅콩, 대추, 옥수수, (귤) 등을 먹이로 줬고, 다행히 남긴 먹이는 없었다. 다만 사라지는 순서와 속도가 다를 뿐이다. 


 짐작건대 땅콩류를 가장 좋아하는 듯하다. 먹이를 고루 섞어서 놓았을 땐 땅콩, 대추, 기타 순으로 사라졌다. 한 입씩 고루 먹는 게 아니라 한 음식을 다 먹고, 다른 음식을 먹는 듯했다. 땅콩만 좋아하나 싶어 오늘은 땅콩을 아래에 깔고 그 위에 대추를 놓았다. 땅콩을 제일 좋아한다면 대추를 치우고 땅콩을 먹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이번엔 대추를 다 먹고 땅콩을 먹는다. 아, 카카오 플백 새소리 듣기 모임방에서 전해 들은 바로는 새도 땅콩을 숨겨놓는다 한다. 아직 땅콩 먹는 모습을 직접 보진 못해서 덕분에 어디론가 가져가 숨겨놓는 모습도 상상해봤다.


 직박구리가 대추 외에 직접 먹는 걸 목격한 건 바로 '꿀' 빨아먹는 모습이었다. 얼마나 유연하던지. 매화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몸을 돌리고 목을 꺾어 가며 이리 쪽, 저리 쪽 영양 보충 삼매경인 직박구리를 보며 얼마나 힐링했던가. 곧 있으면 벚꽃의 꿀을 빨아먹는 직박구리와 참새도 볼 수 있을 거라 하니 기대 중이다. 

지난 21일 꿀 빨아먹는 직박구리의 모습.
23일 대추 냠냠.
24일 오늘 대추 먹는 모습.
"나는 잘 지낸다. 꺛꺛" 마무리는 19일 까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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