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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Mar 31. 2021

나만의 정원을 갖는 법

마음 가꾸기

 수 스튜어트 스미스 '정원의 쓸모'란 책을 추천하는 콘텐츠를 접하게 됐다. 그리고 상상했다. 정원을 가꾸면 어떤 점이 좋을까. 생각해보니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카카오 플백을 통해 새소리 듣기 외에 명상하기를 새롭게 시작했다. 일주일간 접한 명상 초보자 관련 추천 콘텐츠는 모두 현재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현재의 숨소리, 몸, 생각에 집중할 것.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잡생각이 들더라도 그대로 나에게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다음은 며칠간 명상하며 적어두었던 짧은 감상이다.




지금, 여기서, 내가 숨 쉬고 있음을 알아차리기


지금, 여기. 잡생각과 함께 지금, 여기.


정신적 트라우마는 몸에 남는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내 몸 알아차리기



 상처는 잘 잊히지 않는다. 현재를 좀 먹고, 다시 온몸으로 기억하게 한다. 화르륵 화르륵. 불타 오르는 분노는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한다. 도망치는 게 상책인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도망가야 좋은 것일까. 


 새가 보인 것은 작년부터다. 드문드문, 천천히 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찾아간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새소리가 먼저 들렸고, 새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럴 땐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듣고, 보고 감각에 몰입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도심에도 새는 있었다. 핸드폰으로 새소리를 듣다가 집 앞에 집 짓는 까치를 만나기도 했다. 부엌 쪽 창문 밖 까치를 보기 시작하며, 그곳에 종종 놀러 오는 직박구리와 참새를 보게 됐다. 반대편 베란다에 서면 벚꽃 나무에 앉아 쉬는 직박구리를 만날 수 있다. 나에겐 그 순간들이 나만의 정원으로 떠나는 시간인 셈이다. 


 나만의 정원을 갖는 법. 마음 비우기와 채우기를 연습하는 법. 현실의 걱정을 잊게 하나 현실 도피와는 다른 감각을 키우는 법.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꼭 마당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핸드폰이 아닌 창가를 보게 하고, 햇볕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나만의 정원을 갖는 법이 아닐까. 꽃에 물을 주는 것도, 나만의 힐링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마음껏 속의 이야기를 풀어낼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정원을 찾는 법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를 찾는 것. 늘 시도해야 하는 나를 살리는 법일 것이다.


 

30일 창가에 내놓은 먹이를 향해 날아오는 직박구리. 부리가 노랗다.
같은 날 직박구리. 꿀을 먹다 온 것인지 부리에 꿀과 꽃가루가 묻어 노래졌다.
지난 25일 실례하는 직박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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