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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May 04. 2021

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세 번째 손님. 붉은머리오목눈이

 첫 번째 손님은 직박구리였다. 본래 집 창가에 몇 알씩 놓곤 했던 땅콩 등의 견과류는 까치를 위한 것이었다. 집 앞에 새집을 짓고 있는 까치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랄까. 너를 응원하고 있어. 작은 사인 같은 거였다. 그 시작은 의미만 거창할 뿐 시작은 보잘것없었다. 먹이통도 없이 땅콩을 반알씩 쪼개서 놓았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없어졌고, 그럴 때마다 까치가 먹은 것이길 바라곤 했다. 직박구리의 존재를 모를 때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먹이를 먹는 새를 직접 마주쳤다. 새들을 위해 준비한 작디작은 식당은 우유갑을 얕게 잘라 견과류와 대추, 귤 따위를 주면서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갔다. 첫 번째 손님은 도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직박구리였다. 직박구리는 경계했지만, 그렇다고 먹이를 포기하진 않았다. 까치는 경계심 때문인지 한 번도 먹이통 앞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한 달이 지나 박새를 만나게 됐다. 주로 박새였고, 아주 가끔 쇠박새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창가에 우두커니 자리를 잡고 있으면 직박구리와 박새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덕분에 창가를 오래도록 자세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직박구리의 경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새 기척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반면 박새의 경우 간혹 작은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보통 소리 없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창가에 가만히 서있으면 쉬지 않고 꾸준히 찾아와 땅콩을 툭 하고 하나 물어 근처 나무에 앉아 먹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습관처럼 살펴본 창밖 풍경에 오늘은 붉은머리오묵눈이의 모습이 더해졌다. 반갑다, 세 번째 친구다. 겨울과 달리 나무들이 무성하게 잎을 피워낸 덕에 나뭇가지에 새가 앉아있으면 그 모습이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오전에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봤지만 워낙 빠른 녀석인 터라 확신하기 어려웠다. 오후에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 사진을 찍어 확인해보았다. 뱁새라고도 불리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맞았다. 먹이를 내놓은 지 두 달만에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먹이를 먹으러 온 것이 맞다면 앞으로 종종 마주치게 될 것이다. 뱁새가 무얼 좋아할지 궁금하다. 단조롭던 풍경에 새 친구들이 더해지니 풍성해진 느낌이다. 다음 달에도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도 생겼다. 새들에게도 작은 기쁨이 생겼기를 바란다. 굿럭, 작은 생명들. 


안냐세요. 뱁새라고도 불리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모습.
5월 4일 첫 만남.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동글동글 동글미를 자랑하는 귀요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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