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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자작 김준식 Jan 15. 2024

‘세컨드홈’ 장려로 지방소멸 막아질까?

사람 세상 돈 세상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


금년 들어 정부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인구감소지역에 관해 특별한 대책을 발표하였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가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구체적으로는 ① 세컨드홈 활성화로 생활인구 확대, ② 관광인프라를 조성하여 방문인구 확대, ③외국인 유입을 지원하여 정주인구 확대 등이다.*
 세컨드홈 활성화의 구체적 내용은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를 새로이 취득할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하여 재산세ᆞ종합부동산세ᆞ양도소득세 상의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관광인프라 조성을 위해 기초지자체장이 ‘미니 관광단지’의 지정ᆞ승인권한을 갖게 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여러 재정ᆞ금융ᆞ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외국인 유입을 위해 ‘장기체류 인구감소지역 취업비자’(F-2-R)의 쿼터를 확대하기로 한다. 이 비자는 향후 영주권비자(F-5) 취득으로 연결되므로 인구유입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농촌소멸 대응방안, 수산업ᆞ어촌 활력 제고방안, 지역필수의료 인력 정책패키지 등을 2024년 상반기에 마련한다.


절박함에서 나온 정책이지만 효과는 의문시


2023년 2월 기준으로 전체 시·군·구 228곳 중 52%가 지방소멸위험 지역이다. 현재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89개 지역 중 84개 지역이 일반 농·산·어촌 지역이다. 지방의 인구감소는 지역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지역경제를 위축시켜 지역 쇠퇴는 물론 국가 균형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쳐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한 지역의 소멸을 막기위해서 정주인구의 유지나 유입이 결정적이지만, 정주인구를 늘리기 힘드니 생활인구나 관광인구 유입으로라도 지역사회경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정책방향이다.

앞서 이번과 유사한 정책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2020년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인구감소지역’을 규정하고, 2022년부터 이들 지역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였다.** 지원 첫해인 2022년 사례를 보자. 충남 금산에 ‘힐링치유형 워케이션ᆞ농촌유학 거점’, 전남 신안에 ‘섬살이 전문 교육센터’, 광주 동구에 ‘충장상상큐브’, 충북 괴산에 ‘산촌 청년 창업특구’, 전북 무주에 ‘고랭지 스마트팜 경영실습장’ 등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 지자체가 조성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였으나 대체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를 평가해보면 정부 주도 사업은 지자체별 예산 나눠먹기에 그칠 뿐 실효성이 낮다고 본다.

이에 비해 민간이 자발적으로 지방소멸에 대처하는 사례를 보자. 요식업 경영전문가 백종원이 지도.기획하는 충남 ‘예산ᆞ논산의 관광자원 개발 프로젝트’, ITᆞ콘텐츠기업ᆞ전문업체 등이 주도하는 제주와 강원 양양의 ‘Workation 공간’, 그리고 전문지식을 갖춘 젊은 농부들이 경북 문경과 경기 평택에서 경영하는 ‘스마트 농업’의 성공 사례는 고무적이다. 


지역 특유의 문화 형성이 성공의 요체


이러한 민간 주도의 성공 사례는, 소멸지역 재생 시도가 자발적이고 상향식으로 형성되어야 건강하고 지속가능성 있게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로컬경제 전문가인 모종린은 “지역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서 중앙 자원의 재분배와 독립적인 지역 산업생태계 구축이 함께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특히 그는 지방이 중앙정부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 발전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시골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가 되기위해서는, 알맞은 규모의 인구가 창조ᆞ생산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소비하며, 이로써 그 인구를 지탱하는 순환(cycle)이 이루어지면서 독자적인 지역문화(local culture)를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역이 되어야 젊은 인구를 유인할 수 있으며 그 곳에 머물도록 할 수 있다.

문화는  금적적 자원을 투입하여 만들어지는 물리적 공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역 경제나 사회의 경쟁력은 그 지역 특유의 경험과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표출된다. 그 동네의 자연환경, 역사지리, 산업, 커뮤니티 등 고유 자원을 잘 조직화해야 지역문화가 매력적으로 알려질 수 있으며 이로부터 지역의 사회ᆞ경제생태계가 유지ᆞ발전할 수 있다. 


획일적인 제도 지원보다는 자생적 부활 노력이 중요


앞서 이번에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에서 신규 취득하는 주택의 세제상 혜택을 보자. 도시의 여유계층이 주택을 살 때 그저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나 도촌교차생활만을 고려할까? 이들은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을 우선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서울이나 대도시로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수요가 몰리고, 정작 지역소멸의 위험이 더 큰 도서벽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어려움을 겪는 지방아파트 미분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지방 소멸을 막는 데는 별 효과가 없지 않을까.
 미니관광단지 지정ᆞ조성 권한의 기초지자체 이관 및 중앙정부 차원 지원도 실행 과정에서 한계가 염려된다. 앞서 사례처럼 지금까지 지자체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중앙의 지원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 산하기관을 만들어 공직을 늘리는 부수적 목적도 함께 노릴 것이다. 오히려 현지에 적합한 산업 또는 문화의 조성에는 무리가 생기거나 소홀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자생적인 부활 노력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먼저 지역 산업이 작동하게 하는 경제 생태계 마련이 중요하다. 그 지역 고유의 지리, 자연, 역사, 예술 등 자원을 활용할 대학, 기업, 창업가들을 찾아서 잘 활용하여야 한다. 지역의 특유 자원에 산업생태계 창조ᆞ생산자를 잇기 위해서는 이 역할을 잘 수행할 기획자가 필요하다. 행정에 익숙한 공무원이 아니다. 소비자나 젊은 세대의 니즈(needs)를 잘 파악하여 산업생태계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전문가 또는 선도적 기업가를 말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이러한 민간의 자발적 지역부활 노력을 유도하고 잘 정착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지자체의 ‘미니관광단지 프로젝트’나 ‘외국인 노동력 유입 확대’ 등은 민간의 지역부활 과정을 보조하거나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정주인구가 늘면서 스스로 그 지역에서 성공적인 지역사회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생활인구가 정주인구로 바뀌어 지역사회가 더욱 커지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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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계부처 합동, ‘2024년 경제정책방향’, 2024.01.04.
 ** 지방소멸대응기금 설치,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 모종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지역을 돕는다’, 조선일보,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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