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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자작 김준식 Mar 08. 2024

군사보호구역 해제된 땅, 주민 소원대로 개발 가능할까?

부동산 시평

군사보호구역 해제에 기대 부푼 현지 주민들


지난 2/26에 정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대폭 해제하였다. 해제 규모는 339㎢인데, 이는 여의도 면적의 117배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군 비행장 주변 287㎢, 접경지역 38㎢, 민원 발생지역 14㎢ 등이다. 

이 소식에 해당 지역 주민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 특히 언론에 따르면 서울공항이 소재한 성남과 서울 동남권에서 주민들이 그동안 겪어왔던 생활 불편과 개발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몇몇 주민들의 발언을 들어보자. 

“비행장 일대가 개발돼서 아파트가 들어오면 주변 인프라가 생길 테니 저희한테도 좋죠. 워낙 보호구역 면적이 넓으니까 (개발되면) 지하철역도 생기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넓은 땅이 놀고 있는 것이 아쉬웠는데 해제된다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기대해볼 만하다”.(1) 

국방부도 “군 비행장 주변 보호구역이 해제되면, 비행안전구역별 제한고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군 협의 없이 건축물의 신축이나 증축, 건축물 용도변경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어 주민 불편이 대폭 해소된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주민들의 기대대로 마음대로 개발이 쉬워지는 걸까?


모든 땅의 이용에는 여러 규제가 따른다


우리나라 영토 안 모든 곳에는 각각의 규제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국토계획법에 따라 ‘용도지역, 용도지구, 용도구역 등’으로 지정된다.(2) 이 외에 군사기지법에 의한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다른 법률에 따라 규제를 받기도 한다.(3) 특히 공항 주변은 군사기지법이나 항공법에 의해 ‘장애물 제한표면’으로 구축물의 고도를 제한받기도 한다. 여기에서 언급한 지역ᆞ지구ᆞ구역 등에 따른 이용(개발)규제는 다층적, 중첩적으로 적용된다.

사실 지금도 군사시설보호구역 중 제한보호구역에서 개발(건축)행위가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단지 행위에 앞서 군부대와 협의를 거쳐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 시일이 많이 소요되고 군부대 특유의 문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경미한 사항들은 군부대가 그 업무를 지자체에 위임하여 민원인의 불편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군부대 인근 주민들의 개발행위 신고나 허가 때 군부대와의 협의가 모두 사라져 가 관련 행정민원 처리가 무척 용이해지는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군사보호구역에서 벗어나도 여전히 남게 되는 개발행위 규제 

이번에 해제된 곳들은 군사시설보호구역 중에서 제한보호구역에 해당한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제한보호구역에서 해제되어도 국토계획법에 따른 용도지역ᆞ지구ᆞ구역에 정한 개발행위 규제가 그대로 있고, 비행장 근처에는 군사기지법 또는 항공법에 따른 건축물 고도제한은 계속 적용된다. 예를 들어 어떤 땅에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된 뒤에도 그 필지에 관한 용도지역, 용도지구 및 용도구역 상의 규제는 그대로 남아 적용되는 것이다.

서울공항 주변의 땅 가운데 복정동 581-1 지번 필지 사례로 들어 설명해보자. 이 땅이 이번 정부 조치에 따라 제한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고 보자. 이렇게 해제된 후에도 이 땅은 자연녹지지역 내 자연취락지구에 대한 건축규제나 비행안전구역에 따른 구축물 고도규제가 여전히 적용되며, 땅 매입시 농지취득 제한도 따른다. 이 밖에 다른 규제사항에 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이번에 제한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서울공항 주변 다른 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해제 후에도 잔존하는 다른 토지이용규제의 범위 안에서 땅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주민들이 꿈꾸는 대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 주변 인프라의 덕을 보기 위해서는 해당 토지이용규제가 많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군 공항이 옮겨 가지 않는 한 군용기의 이착륙을 위한 ‘장애물 제한표면’에 따라 활주로와의 거리와 각도에 따라 구축물의 고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하니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너무 들뜨기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서울공항 주변뿐 아니라 서산공항, 그리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남아 있는 규제 사항에 유의하여 토지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지역에 땅을 구하려는 사람들도 해당 필지의 토지이용계획과 도시계획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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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비즈, “[르포] 성남 軍 비행장 보호구역 해제”, 2024. 3. 1.

(2) 용도지역은 크게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으로 대별되며, 이후 3단계로 세분되어 정해지는데 예를 들면 ‘제2종일반주거지역’ 등이다. 용도지구로는 경관지구, 고도지구 등이 있다. 그리고 용도구역의 예로는 개발제한구역,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들 수 있다.

(3) 통제보호구역, 제한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 대공방어협조구역 등으로 나뉜다.

(4) 각 필지별 토지이용계획이나 도시계획 내용은 ‘토지이음’(eum.go.kr)에서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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