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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자작 김준식 Apr 04. 2024

총선 후 아파트 재건축 어떻게 될까?

부동산 시평

봇물 터진 재건축 시장


2024년1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실현한다면서 30년 경과 아파트 단지들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규제를 풀겠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부ᆞ여당이 곳곳에서 재건축을 위한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있다. 층고는 물론 용적률도 파격적으로 높게 허용하는 등,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한다. 야당도 혹시 표를 잃을까 봐, 이에 질세라 맞장구를 치고 있다.
 2024년2월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시행과 함께, 올해 들어 수년 동안 진보적 지방정부나 중앙정부 아래에서 억눌려왔던 노후 아파트의 재정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요즘 건축공사비가 평당 687만원(평균)에 이르렀다고 하는데(1), 자재값 상승ᆞ주52시간 근로 및 안전기준 강화 때문이라고 한다. 2020년 480만원에서 무려 43%나 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재정비사업의 조합원분담금이 수 억원씩 늘어나게 되었고, 재건축ᆞ재개발사업 현장에서는 공사비를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일례로 은평구 대조1구역에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노원구 상계5단지는 이미 시공사가 정해졌지만 재건축사업 자체를 중단했다. 노후아파트들 곳곳에서 재건축사업을 착수조차도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와 달리 형편이 좋은 곳도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한양은 오히려 재건축 후 환급금을 1억∼6억원씩 돌려받게 될 것이라 한다. 과천 주공10단지도 동일 평형으로 분양 받을 때 7억원을 환급 받게 된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주택경기가 위축되어 건설업의 재무상태가 나빠지고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져서 건설사들이 수주에 매우 소극적이다. 비교적 사업 안정성이 높다고 여겨되는 재건축 분야에서도 과도한 경쟁을 피하고 되도록 이윤을 높게 챙기려는 분위기이다. 이러니 현실적으로 시공사간 경쟁을 통한 재건축조합의 공사비 감액 협상 여지마저 사라졌다.


집값 침체 속에, 희소성이 옅어진 재건축아파트


2021년 중반부터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2022년6월에 꼭지를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4년3월 현재 정점 대비 11% 하락한 수준(전국 평균)이며(2) 앞으로도 가격 침체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후 아파트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재건축아파트의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까다로운 안전진단 요건이 있던 시절에 이를 통과하면 몇 년 지나면 값비싼 새 아파트로 바뀐다는 기대로 형성되었던 ‘인허가 프리미엄’이 쪼그라든 것이다. 당장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는 아파트가 많아졌다는 사실은 장래에 양질의 신축아파트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로써 장래 신축아파트 값이 안정될 것이며 현재 재건축 대상인 노후아파트의 가격 상승도 제한한다는 논리적 설명이 가능하다.
 결국 정부가 총선 공약(空約)으로 여러 방안을 어지럽게 늘어놓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제대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이다.


주민의 형편에 맞는 재건축 전략을 취해야


총선이 지나 야당이 순순히 협조하여, 정부가 발표한 대로 재건축과 관련하여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높이거나 층고 제한을 푼다고 해도 도로ᆞ공원ᆞ상하수도ᆞ전기 등 기반시설 확충(수익자부담이 원칙) 때문에 일반분양 수입을 높이는 것만으로 획기적으로 조합원 분담금을 낮춘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물며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반 재건축아파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재건축아파트 공사단가는 기본적으로 서울 강남에 있던 지방 소도시에 있던 큰 차이가 없다. 물론 부유한 강남 시민들이 ‘4중 글라스 월’이나 ‘수입 내장마감재’등 고급 스펙을 채택하는 것에 따르는 공사단가 차이는 있다. 그리고 재건축 공사기간의 PF이자나 조합원분담금 대출이자는 지역에 따르는 차이가 거의 없다.
 결국 재건축 소요기간에 차이가 없다면 조합원 부담금은 일반분양가를 얼마나 받을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재건축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면, 일반분양수입이 총사업비보다 작아지면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나는 반면, 일반분양수입에서 총사업비를 차감한 사업이익이 커지면 오히려 조합원들이 받는 환급금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집값이 비싼 지역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집값이 싼 지역에서는 부담이 크다. 이러니 재건축사업의 수용성과 진행은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개인 차원에서 재정능력(주거비용 부담능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집값이 비싸고 소득이 높은 지역(강남이나 여의도 등)에서 재건축 속도가 빠르고, 집값이 싸고 소득이 높지 않은 지역(서울외곽, 수도권, 지방)에서는 재건축이 미루어지게 된다.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은 주택경기가 좋을 때 활기를 띠고 그렇지 못할 때 침체된다. 집값 상승률은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과 비슷하다. 물론 물가에 비해 늦게 오르는 시기도 있고, 물가상승률을 앞질러 크게 오르는 시기도 있다. 즉 언제 일반분양을 하는가에 따라 재건축 사업성이 큰 영향을 받으므로 조합원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사업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이미 사업진도가 많이 나아간 재건축사업은 어떻게 하나? 단기간에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는 길은 사업비를 줄이는 것뿐이다. 한국의 신축아파트 품질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다. 강남, 서초나 성수동의 초고급 주거시설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아파트 외관이나 내장, 그리고 부대시설은 아주(지나치게?) 호화롭다. 이제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고 이용수요에 알맞은 수준으로 인테리어나 어메니티(amenities)를 갖추는 것을 권고한다. 인테리어는 10년 정도 지나면 다시 큰 돈을 들여야 하고, 어메니티는 주민 이용률이 불확실하고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을텐데 꼭 갖출 필요가 있을까? 이자율이 높은 상황에서 시간이 돈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고수하면서 시공사와 공사비 다툼을 무리하게 벌일 여유가 없다. 군더더기와 사치를 떼어내고 사업성을 높여서 남들보다 빨리 사업을 마무리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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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경제신문, “공사비 쇼크 덮친 재건축, 서울 노른자위 땅도 개발 포기 속출”, 2024.03.11.
 (2) KB부동산, “월간아파트매매가격지수”, 주택가격동향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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