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안에서 구별로 집값 격차가 존재한다. 같은 서울 안에 있어도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은 도봉구의 3배가 넘는다. 서울이라고 주변 위성도시보다 집값이 반드시 비싸지도 않다. 서울 시계에 붙어 있는 과천시 아파트는 강남구,서초구를 빼고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이다. 성남 분당구 아파트는 서울의 쟁쟁한 여러 구들을 따돌리고 전국 10위의 랭킹이다. 이 밖에도 성남 수정구,하남시,광명시의 아파트 값은 서울의 중위권에 맞먹는다. 한편 서울 도봉구 아파트 시세는 안양 동안구,성남 중원구,구리시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서울 경제활동, 몇몇 도심에 집중
이러한 지역별 집값의 격차를 만드는 요소가 문화,교육,편의시설 여건 등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일터로의 접근성일 것 같다. 일터가 주로 몰려 있는 곳이 도심 또는 업무중심지역인데, 구체적으로는 구도심CBD, 강남KBD, 여의도YBD 등이 그러한 곳이다. 서울의 2020년 지역내총생산(GDRP)을 구별로 보면, 강남구에서 전체의 16.7%를 산출하는 것을 비롯해 서초 8.2%ᆞ송파 6.8%를 차지해 강남KDB에서 서울 전체 경제활동의 약 32%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히 독보적이다. 중구 12.6%ᆞ종로구 7.6%로 구도심CBD의 경제활동 비중이 약 20%이며, 여의도YBD가 속한 영등포구 8.9%이다.* 대체로 이들 지역으로 접근하기 쉬운 곳은 아파트 값이 비싸다. 이에 비해 이러한 곳에서 지나치게 멀거나 출퇴근이 쉽지 않은 지역은 위 표에서 아파트가격이 낮은 곳과 거의 겹친다. 물론 일터로 가기 쉬운 위치라고 해서 무조건 집값이 비쌀 수는 없다. 양호한 삶을 위한 다른 요소들도 함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통근 편의도가 높을수록 아파트가격도 높아
2023. 12. 초 동아일보와 대한교통학회 등이 교통 빅데이터 약 1500만 건을 활용하여 출퇴근 시간과 혼잡도를 반영한 통근비용 계산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광화문(구도심CBD)이나 강남(강남KBD)까지 서울거주자, 서울근교 경기거주자가 부담하는 월 출근체감비용을 추산하였다. 출근체감비용에는 교통비(대중교통요금, 자차 연료비, 주차비)뿐만 아니라 소요되는 시간비용과 혼잡으로 인한 스트레스비용까지 포함된다고 한다.
이 분석결과에 따르면 강남에 인접한 서울내 구 또는 이곳으로 출근이 용이한 경기도 시에서 아파트 가격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강남의 경제활동 및 고용 창출능력이 독보적으로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비해 광화문으로 출근이 용이하더라도 강남으로의 출근체감비용이 높은 곳들은, 서울내 구나 인접 경기도 시 모두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일례로 서울에서 아파트 값이 최하위인 도봉구는 광화문으로 출근이 양호함에도 강남으로의 출근체감비용은 경기도의 구리, 하남, 성남보다 높다. 앞서 본 아파트가격 랭킹과 출근체감비용을 함께 대비해보면 일터, 즉 중심업무지구까지의 통근편의성이 집값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밖에도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다른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출퇴근계산기를 이용하여 통근체감비용을 계산하면 ‘부동산 의사결정’에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이다. 우선 거주할 임차주택을 물색함에 있어서 임차비용에 통근체감비용을 합하여 전체 주거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내 집을 마련할 때 어느 곳이 유망한지 판단하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계산기의 링크는 https://commute.donga.com/congestion/main이다.
-----------------------------------------
* 서울시,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https://data.seoul.go.kr/dataList/11063/S/2/dataset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