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어금니에 문제가 생겨 그것을 뽑아내고 임플란트 수술을 받고 있다. 이를 뽑고 한달 이상 지나서 이제 잇몸뼈에 매식체(implant)를 심었다. 앞으로 3-4개월뒤에 그 위에 기둥(abutment)과 크라운(crown)을 얹어야 한다. 엄청 힘들고 여러 달에 걸쳐 나를 괴롭히게 될 일이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모 치과의사가 임플란트 치료에도 재건축이 있고 리모델링이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어느 노인이 늙으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브릿지도 하고, 임플란트도 하고, 게다가 틀니도 했는데 더 이상 치아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기존에 있던 임플란트를 모두 정리하고 저작기능을 제대로 회복하는 전체적 수술을 한다면 ‘재건축’에 해당하고, 이미 매식한 임플란트를 그대로 쓰면서 상부보철을 새로 해서 틀니를 벗기는 치료를 한다면 ‘리모델링’이라는 것이다. 둘 다 목적은 환자가 편안하게 음식물을 씹을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다. 전자는 치열의 모양을 가지런히 예쁘게 꾸미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상당한 고통도 따른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후자는 수술 부위를 적게 하고 간단하고 짧은 시간에 치료를 마무리하는 장점이 있으나 치열의 모양이 썩 좋지 않거나 치아들 색깔이 조금 달라지는 단점이 있다. 양심적인 치과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을 권한다고 한다. 얼굴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예외로 하고...
공사비는 2배로 올랐는데 아파트 분양가는 못 올려
요즘 공사비가 엄청나게 오른 데다 아파트 가격이 침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우수한 입지에 기존 용적률이 낮은 곳을 제외한, 정비사업장에서 애초 기대와 달리 엄청나게 늘어난 부담금 때문에 사업을 멈추거나 조합 내분이 발생하고 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 공사비는, 2020년 이전까지 평당 400만원대에 머물렀으나, 2021년 509만원, 2022년 607만원으로 상승*했다. 2023년에 들어서는 700∼800만원으로 상승**했으며 2024년에는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에 따라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2022.10. 정점을 찍은 아파트가격은 급락 후 반발매수세에 따른 반등을 보였다. 예측이 쉽지 않으나 앞으로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나 중국 등 수출시장의 위축으로 소득이 늘지 않아 아파트가격도 상승보다는 횡보 또는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 주변 아파트 거래가격에 따르는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 가격도 과거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분양가격이 올리기 어려움에도 공사비가 높은 상황이 될 때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져 조합원의 부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애로(bottleneck)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정비사업장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과 같은 입지가 탁월한 곳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저 그런 곳에서는 재건축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출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앞으로 노후 아파트들의 불량주거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최원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편다. 이 분은 평소 한국 공동주택의 짧은 수명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제는 장수명 아파트(예를 들어 라멘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요즘 들어서는 재건축 대신에 기존 아파트를 부분 개량하여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기존 건물은 그대로 둔 채 옥외에 배관, 배선 덕트을 가설하여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흔히 쓰이는 주택개량 방식이다. 참고로 한국의 평균 주택수명이 27년인 데 비해 일본은 54년, 미국은 72년, 독일은 121년*****이다. 필자도 최 교수의 제안에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
무리한 재건축보다는 기존 건물의 수명을 늘이는 것도 고려해야
요즘 재건축사업을 살펴보면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이 많다. “기존 아파트 부지의 10% 이상을 공공용지로 기부채납한다.” “건립한 소형아파트의 10%를 낮은 건축비만 받고 공공임대로 넘겨준다.” “교육영향평가라는 미명 아래 근처 학교에게 부당한 거액의 기부금을 뜯긴다.” 그러고도 “재건축 후 주택가격 상승분의 50%까지를 재건축부담금으로 내라” 등등.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지난날에는 참고 넘길 수 있었지만 앞으로 집값 침체기에는 이런 것들을 수용하기 어렵다. 빠른 시일 안에 반드시 철폐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다. 지금 재건축을 추진하기 시작했거나 관리처분하기 이전인 재건축 단지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과도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그대로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아쉽지만 건물을 부분 개량하여 수명을 연장하여 우선 사용하다가 나중에 사업여건이 좋아진 후에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것인가? 이 와중에 2024.4.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앞뒤 가리지 않고 내지르는 재건축 열기에 사람들의 정신이 혼미하다.
치아를 몽땅 뽑는 대 수술을 할 것인가? 아니면 멀쩡한 치아는 살리고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고통이 덜한 치료를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