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LH 혁신방안’에 대한 염려
부동산 시평
LH는 어떤 회사인가?
LH의 주택사업 부문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는 일제 치하인 1941년 설립된 ‘조선주택영단’을 그 시초로 하여 2009년 9월까지 거의 70년 동안 공공주택사업을 영위했다. 그러나 주택부문의 막대한 누적 적자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2009.10.에 ‘한국토지공사’와 합병하여 대한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당시 대한주택공사가 막대한 적자를 안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인들의 요구로 수요가 적은 지방 소도시에 아파트를 지은 후 미분양 되었고, 주거복지 차원에서 임대료가 싼 공공임대주택을 건설∙유지하면서 쌓인 적자를 장기간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LH공사의 주택사업부문은 『수도권이나 대도시권의 분양주택사업 이익을 바탕으로 소도시에 공공분양주택을 보급하거나 공공임대주택을 운영』하는 정부의 주거복지 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이다.
심각한 내부 부조리와 전관 카르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와의 관계에서 부적절한 관행이 고착화되어, 어느 지역에 가나 주공(LH)아파트는 부실주택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21년에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3기 신도시 예정지에 토지를 매입해 보상을 많이 받으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2023년5월 건설 중인 주공아파트가 무너져 다른 곳까지 전수조사를 한 결과 여러 곳에서 심각한 부실공사가 드러났다. 여기에서 전관 카르텔 관계인 공사ᆞ감리업체들의 무능과 부정이 드러나 또다시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와 구조는 아파트 품질을 저하시킴은 물론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고심 끝에 공공주택을 민간건설사도 짓게 하기로
이러한 상태를 바꾸기 위해 건설교통부가 오랜 기간 고심한 끝에 2023.12.12.에 ‘LH혁신방안’을 내놓았다. 그 골자를 보면 1) 공공주택 건설에 민간건설사 참여를 허용하여 LH와 경쟁체제를 도입, 2) LH의 발주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으로 이관, 3) 전관 카르텔 해소, 4) 공공주택 건설관리 체계 개선 등이다. 또한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도 강구하여, 공공주택은 물론 민간 건축공사의 감리-설계-사공 간의 견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공주택을 민간이 지으면 벌어질 일
공공주택을 민간건설사가 짓게 되면 수분양자들은 좋을 것 같다.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를 저렴한 분양가를 주고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공공택지로써 택지비가 덜 들기 때문에 민간건설사의 이윤이 더해져 건축비가 올라도 분양가 총액은 상대적으로 쌀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양질의 주택을 민간분양에 비해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편 민간건설사는 저수익 임대주택 건설을 기피할 것은 확실하다. LH는 주택분양 이익이 줄어 공공임대주택을 제대로 건설ᆞ운영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즉 LH의 국민ᆞ공공 임대주택 사업기반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주거복지비용을 민간건설사에게도 분담시키고 부족분을 정부예산으로 보충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LH혁신안을 보면서 문득 이명박정부 시절의 ‘공기업 민영화’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명박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신봉하여, 비효율적 공기업보다는 민영화를 통해 효율을 높이고 서비스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철도사업, 가스공사, 토지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지분 매각이나 신규사업 진입을 시도했다. 물론 반대 여론이 워낙 강해 ‘서울지하철 9호선’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SOC의 민영화를 이루지 못했다.
설마 과거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과는 다르겠지? 나의 엉뚱한 상상이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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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2022년의 전체 주택건설(건축허가 기준)에서 LH가 차지하는 비중이 10.2%에 지나지 않으나, 공공 및 국민 임대주택의 82.2%를 LH가 담당하고 있다. (자료원: 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