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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자작 김준식 Dec 24. 2023

2024년, 새해에는 아파트를 사야 하나?

부동산 시평

오랜 기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가파른 상승을 보이던 아파트값이 몇 해전부터 하락으로 돌아섰다. 심지어 2022년 4/4분기에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급락을 보여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다. 2023년에 들어 정부의 주택시장 연착륙 정책에 따라 하락이 멈추었으며, 인기 재건축단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값이 반등하여 낙폭을 상당히 회복하기도 했다. 또 이 와중에 20∼30대 젊은 세대들이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미 과도했던 가계부채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고,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물론 국제기구인 BIS, IMF 등은 물론 S&P도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급기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노골적으로 행정부에 대해 가계부채 관리를 요구했고 급기야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자제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23년 4/4분기에 아파트값이 다시 하락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2024년에는 어떻게 될까?


롤러코스터를 탄 2023년 주택시장


코로나 기간 중 미국에서 0.00∼0.25%를 고수하던 기준금리를 FRB가 2022년 4월부터 빠른 속도로 인상하기 시작하자, 한국의 시장금리가 이를 따라 오르면서 한국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급기야 2022년 하반기 들어 부동산 PF가 흔들리고 아파트 값이 폭락한 것이다.
 이에 놀란 정부는 2023년에 들어서자마자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여러 부양책을 쏟아냈다. 강남3구ᆞ용산구를 뺀 모든 규제지역을 해제했다. 분양가상한제 분양 아파트의 전매제한기간도 8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부동산 PF 및 연결된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구제해주었다. 40억원 규모의 저리 특례보금자리대출을 긴급 투입했다.** 이 모든 조치가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의 일반분양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시중에서는 “둔촌일병 구하기”라 부른다. 과도한 부양책이 부끄러웠던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년 내내 “너무 높은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구차하고 공허한 변명을 계속 되뇌기도 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갭 투자 유도와 주택자금 공급에 따라 이미 위험한 수준에 들었던 가계부채는 더욱 악화되었다. 2022년에 GDP 대비 108.1%였던 비율이 금년에 상당히 높아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짐작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은행 총재도 직접 위험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행정부도 심각성을 깨닫고 급히 방향을 전환하여 11월부터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이례적 급등 뒤 하락에 접어든 아파트값


2015년 이후 금리하락기에 정상 궤도를 벗어난 아파트 값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급등현상을 보였다. 즉 정상 범위 밖으로 장기추세선을 상방 이탈한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시장이 과열된 뒤 아파트값은 2022년 8∼9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급락하였다. 그림에서 보듯이 빠르게 장기추세선 쪽으로 수렴하였다.
 2023년 상반기까지 하락하던 아파트값은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와 특례보금자리대출 투입에 따라 하락을 멈추었으며, 인기 지역에서는 국지적으로 과거 시세 근처까지 회복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다시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아파트 시장이 ‘하이먼 민스키 모형’(Hyman Minsky Model)의 ‘현실부정’ 단계를 지나 ‘공포ᆞ투매’ 단계로 접어들 우려도 엿보인다.***

장기적인 주택가격 추세는 거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과 비례한다. 실증적 자료에 따르면 CPI가 1% 변동할 때 주택가격은 1.018% 만큼 움직인다고 한다.**** 즉 이들을 지수로 표현하면 장기적인 아파트값 추세가 CPI 추세와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2014년 이전까지 빠르거나 느리게 변동해온 아파트값은 장기추세선(CPI 추세)를 중심으로 일정한 범위(괴리도 ±40%)까지 이탈했다가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뒤에는 비정상적 저금리 환경 속에서 아파트값이 역사적 궤도이탈(전국+53%,서울+73%)을 보였다.

그토록 승승장구하던 가격 상승에도 끝이 있어서, 장기추세선에서의 괴리도는 2022년1월에 이탈을 멈추고 이후 좁혀져 왔으며 이어서 아파트값도 2022년 8∼9월경을 끝으로 하락으로 반전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예전 추세를 벗어나 아파트값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현상은 CPI가 아니더라도 여러 다른 비교 지표(PIR, 주택구입부담지수, 장기이동평균선)로도 지나친 과열 수준에 도달했음을 설명할 수 있다.
 그 중에서 PIR(주택가격-년소득 배수)을 살펴보자.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PIR은 2019년 5.4년에서 2022년 6.3년으로, 서울은 같은 기간에 11.6년에서 15.2년으로 늘어났다. 즉 소득 증가속도를 넘어 아파트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해온 것이다. 


2024년, 물가가 오르는데도 아파트값은 내릴 듯


2024년에도 아파트 시장은 계속 침체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전년에 이어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는 가운데 아파트값도 침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주택건설 쪽에서는 미분양, PF 부실 때문에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이와 연결된 금융기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주택시장에 또다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과거 세계화 속에서 미국ᆞ중국 간 관계를 위시한 국제적 분업이 원활해 저물가현상(근원물가)이 20여 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코로나위기와 미ᆞ중간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저물가 시대를 만나기 힘들 것이다. 저물가 시대가 끝난다 함은 더 이상 낮은 금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통상 시장금리는 잠재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이므로 고물가 아래서 저금리를 바라기는 힘들다. 세계화가 후퇴함에 따라 2024년에도 물가는 과거와 달리 꾸준히 상승할 것이고 이에 비례하여 장기추세선의 우상향 기울기가 가팔라질 것이다.
 한편 2022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아파트값은 장기추세선 쪽으로 하방 수렴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미래에 나타날 시장가격은 물론 적정수준 근접이나 저점 도달 시기를 미리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과도하게 상승한 후 정상화하고 있는 아파트값이 위와 같은 이유로 장기추세선과 만나는 시점이나 저점 도달 시점이 과거 저물가 시기(2010년대 전반기)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과거에 비해 빠른 물가 상승세는 주택 공급가격을 높이는 한편 사람들이 주택 가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상대적으로 완화시켜 하락폭을 제한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과거와 달리 요즘 주택시장 비관론자(하락론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가격 하락(조정)폭이 작을 수도, 그 기간도 짧아질 수도 있다.


전년에 이어 정부는 2024년에도 대규모 주택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다. ‘신생아특례대출’인데 금리가 1∼3%대로 책정된다. 이는 신생아특별주택공급제도와 함께 시행된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자녀출산이 조건이어서 합계출산률이 높은 비수도권 지역에는 그런대로 의미가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서울 및 수도권에는 첫 해에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자세


그러면 아파트를 팔거나 사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아파트를 매도하는 입장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은 대부분 최근 2∼3년 동안에 걸쳐 아파트를 이미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좋은 시기를 놓쳐 아직 처분하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편 아직 잉여주택을 처분하지 못한 다주택자나 과도한 대출을 동원하거나 전세를 끼고 매수한 실수요자들은 매도를 신중히 생각할 것을 권한다. 이미 고점 대비 낙폭이 상당히 깊어져 적절한 타이밍이 지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파트를 매수하는 실수요자 입장이라면 2024년은 매수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아마 개별 가구의 특성(재정, 생활여건, 직장ᆞ학교, 결혼ᆞ출산 등)에 알맞은 물건을 확보하기 좋은 시기일 것이다. 물론 앞으로 시장 전체로는 가격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이 본인에게 알맞은 좋은 매물들이 조기에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생각하라. 또한 지역에 따라 가격 변동 양상이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대 초반에 서울이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지방에서는 오히려 상승했던 경험도 있다. 앞으로 이럴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주택이 그저 단순한 투자대상만이 아니라 직접 거주할 거처이란 점을 중시하라. 아파트는 ‘house to buy’이기도 하지만 ‘home to live’이지 않은가?
 투자 목적의 수요자라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전반적인 아파트값의 하락 추세가 2024년을 지나서도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릇 투자자산의 매수는 “상승세 전환을 확인하고 난 다음에 진입하라”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끝으로 어떤 매매 전략을 펼치든지, 미리 상황을 예측하는 것보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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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실거주의무가 아직 살아 있어서 다소 빛이 바랬다.

** 9억원 이하 주택 관련 구입, 상환이나 보증금 반환 용도로 5억원까지 지원했다. (LTV 70%, DTI 60%, DSR 배제)

 *** 한국의 아파트 시장을 ‘하미먼 민스키 모형’에 빗대어 설명해보자. 2022년 하반기∼2023년 3/4분기가 그림의 (A)구간에 해당하며 2023년 4/4분기부터 (B)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 마승렬 외 1, ‘주택자산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분석’, 주택도시금융연구, 2017. HUG.

***** 괴리도 = (아파트값지수-장기추세선) / 장기추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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