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자작 김준식 Dec 28. 2023

1년만에 다시 아파트공사장에 유치권

부동산 시평

연말에 찾아온 악몽의 데쟈뷰

그동안 소문이 무성하던 대형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같다. 태영건설은 지금까지 정부 및 금융권의 상환 유예로 버텨왔는데 이제 한계에 몰렸다. 증권사가 포함된 채권단이 12월28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400억원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기로 했으며, 태영건설은 어쩔 수 없이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2033년 9월말 기준 부동산PF대출 잔액이 130조원을 넘는 가운데 연체액도 3조원에 달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PF대출 사고가 잇따를지 알 수 없다.

한편 지난 해 둔촌동에서 벌어졌던 ‘공사 중단 및 유치권 행사’ 사태가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에서 다시 벌어질 것 같다. 이 재개발 현장은 대조동 88번지 일대에 아파트 2,451세대를 건립하는 사업장이다. 올 상반기에 사업비 조달을 위해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었으나 조합장 직무정지 등 조합 내분으로 지금까지 미뤄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미리 공사를 해놓고 받지 못한 공사대금은 약 1,800억원이라고 한다. 회사는 새해 1월1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킬 예정이다. 공사를 해놓고도 공사비를 못 받은 채 떠나니 이 현장에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작년에 미리 보았던 사태 해결의 힌트

2022년 5월 현대건설 등 4개 대형건설사가 시공하던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현장에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 또한 조합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공사비 증가로 인해 조합원분담금이 늘어난 것에 있다. 우여곡절 끝에 그해 11월에 공사가 재개되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고랜드’ 분위기 속에서 PF대출을 차환(빌려서 갚음)할 수 없게 되었고, 이를 시공 건설사들이 분담해서 갚아 위기를 넘겼다.*
 2022년 초부터 이미 어려움에 빠져 있던 채권 시장은, 2022년 9월말 있던 강원도가 ‘레고랜드’가 발행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보증을 거부하면서,**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어찌어찌 수습을 해보려 했지만 이미 공기업 채권마저 유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기업은 말할 것도 없는 지경이었다.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미 취약했던 PF금융에 큰 충격이 닥쳐왔다.

이러한 홍역을 치렀음에도 2023년 내내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원자재에서 비롯된 공사비 폭증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PF금융이 부실화되어 아파트를 비롯한 건설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아파트값 하락 때문에 재건축ᆞ재개발 조합원들의 사업추진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정부는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PF금융이나 ‘좀비’ 건설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미루어 왔다. ‘태영건설’의 경우도 미루고 미루다 결국 이 꼴에 이른 것이다.

정부 정책의 정상화가 해법

이제 너무 늦지 않게 적절히 대응해야 마땅하다. 회생 불가능한 건설사업과 관련 PF를 조기에 정리한 후 사업구조를 개선하여 빠른 시일 안에 건설 관련 산업을 정상 궤도에 안착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재건축ᆞ재개발 사업의 사업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앞으로 아파트값이나 예상 분양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은데도 공사비가 너무 높아져 사업성이 떨어진 핵심 문제이다. 그런 만큼 분양가상한제, 조합설립 후 전매제한 등을 제거하여 조합원들의 숨통을 틔어 주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공공부지 기부채납을 축소해야 한다. 서울시는 금년에 한강변 50층 이상 재건축의 기부채납 비율을 15%에서 10%로 낮춰준 바 있다. 당연히 현재 10%인 다른 지역의 기부채납 비율도 7∼5%까지 내려주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84㎡이하 공공(임대)아파트의 매수가격도 현실화해서 도시재생사업의 사업성을 높여 주어야 한다. 지금 지자체는 조합에게서 해당 아파트를 표준건축비만을 내고 가져가고 있다. 이는 도시재생사업의 수익성을 해치고 조합원 부담을 가중시킨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날도둑’이 따로 없다. 이제는 조합원 분양가(대지지분가 + 실소요 건축비)만큼은 내고 공공(임대)아파트를 사가야 마땅할 것이다. 그래야 어려운 환경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관련기사 : https://www.mk.co.kr/news/realestate/10907966,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09919

------------------------------------

* 자금 사정이 최악의 지경에 빠진 조합이 시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2022년 12월에 일반분양을 감행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대거 미분양이 예상되자 정부는 전국적으로 획기적인 규제지역 해제를 단행하고, 중도금 대출ᆞ분양권 전매 허용과 분양가상한제 주택 의무거주조건 폐지(아직 성사되지 못함)를 발표하였다.

** 사태의 파장에 놀란 강원도는 2022년 10월말에 이 채권의 보증을 약속하고 이를 위한 예산도 편성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년, 새해에는 아파트를 사야 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