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도시재생 정책을 파격적으로 바꾼다
새해 들어서자 윤석열 정부가 주택시장 문제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아마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탓이리라. ‘2024년 경제정책방향’(2024.01.04.)에서 언급한 인구감소지역에서 취득하는 주택은 보유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것.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2024.01.10.)에서 언급한 30년 이상 경과 노후 아파트을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하고 비아파트 지역에서 30년 넘은 건물이 60%를 넘으면 재개발하는 것. 지금이 선거 앞이던 아니던 이들 조치는 매우 바람직한 조치이다. 특히 후자는 과거 정부나 지자체에서 왜곡시켜온 주택시장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조치의 혜택을 입게 될 주택 수가 173만 가구나 된다고* 하니 가히 혁명적이다.
재건축 사업여건은 그리 좋지 않아
그러나 이 같은 파격적인 정책 전환을 하기에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집값이 하향 조정되는 과정에 있다. 이미 소득을 창출하는 생산가능인구가 정체ᆞ감소하고 있으며, 곧 가구수조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금리 시대가 가고 금리가 높아져 이제 앞으로는 중금리 또는 고금리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이들 요인을 감안하면 앞으로 집값의 상승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전국에 소재한 노후 아파트단지들이 희망에 부풀게 되었다. 그동안 열악한 거주환경 속에서 안전진단 통과를 희망하며 버티던 서민들에게 희망이 커졌다. 새 아파트로 바뀔 것을 기대하고 미리 노후 아파트를 사둔 투자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30년이 지난 아파트들이 모두 가까운 시일 안에 재건축을 희망할 것이며, 지자체도 봇물처럼 터지는 “재건축ᆞ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을 별다른 이유 없이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미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 높은 가격이 형성된 기존 ‘재건축아파트’의 희소성이 낮아져 ‘재건축 프리미엄’이 줄어 그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이와 함께 신축ᆞ분양 아파트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킴으로써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의 상승폭을 줄여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재건축시장의 양극화
그런데 현재의 높은 공사비가 그대로 유지되는 속에서 재건축 후에도 아파트 시세가 충분히 상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노후 아파트 재건축의 사업성을 낮추어 조합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재건축사업에 관한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 같은 순환구조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이자 ‘Trade off 관계’이다. 재건축을 억제하면 미래 주택공급이 줄어 전반적인 아파트가격을 높이고 재건축 사업성을 좋게 한다. 이제 앞으로 이와 반대로 재건축을 완화하면 미래 공급 증가와 상대적 가격 안정이 가능하지만 재건축 사업성은 낮아질 것이다.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전반적으로 재건축의 욕구가 낮아지겠지만, 지역별로 그 영향이 달라 사업장별로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 같다. 서울 강남 등 아파트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그 가격 속에 토지분이 크고 건물분은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높은 건축비가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즉 재건축사업이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서울ᆞ수도권 내의 열위 지역이나 지방에서는 재생사업 추진에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이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 속에 건물분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낮은 분양가격으로는 사업성 확보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결국 무차별적 정비사업 허용은 서울 핵심지역의 재건축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 밖의 지역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정책효과 제고를 위한 추가조치 필요
정부가 시행할 ‘노후주택 재생사업 활성화’ 조치가 “속도는 빠르게, 문턱은 낮추고, 사업성은 제고, 중단 없는” 사업지원**을 통해 소요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금융비용과 사업(관리)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아파트값이 충분히 높은 핵심지역을 벗어난 도시재생사업에는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들 지역에 있는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첫째, 도시정비계획에서 사업부지 기부채납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 10% 이상의 땅을 공공용지로 떼어내 빼앗는 방식은 사업성을 크게 악화시킨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 대해서는 기부채납 비율과 추가용적률 간의 계수를 높여주어야 할 것이다. 공공기부채납 제도를 정비구역 여건에 따라 차등적ᆞ탄력적으로 운영하라는 뜻이다.
둘째, 공공주택 매수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 현재는 주택재건축사업으로 건설하는 국민주택규모 이하 소형주택 중 일부를, 지자체가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표준건축비만 내고 가져가고 있다. 남의 땅에 짓는 아파트를 땅값은 전혀 내지도 않고 건축비만 내고 앗아가는데, 이 때 건축비라도 제대로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 이에 적용하는 건축비만이라도 실비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러한 보완 조치를 병행하여, 이번에 시행하는 정부대책이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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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30년된 아파트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 2024.01.10.
** 관계부처 합동,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 202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