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골이발소에서 머리를 잘랐다.
요즘 장사는 어떠냐, 돈 잘 버느냐 묻길레
잘되기는 무슨. 그냥 먹고 사는거지. 라고 답했다.
'그럼 됐지 뭐.'
두 번째 보는, 남자치고 긴 머리를 해병대보다 짧게 깎아달라는 커다란 젊은 남자에게
칠십은 되어보이는 이발사는 왜 따위 묻지 않았다.
돌다리도 두드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살면서 단 한번도.
디뎌도 괜찮을 만 한 돌다리따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일한 규칙은 원코인 클리어, 어차피 매일이 외줄타기.
나이가 서른 쯤 되었을 때, 무엇인가 되어있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는데.
서른 일곱 쯤 되니 자라서 무엇이 되기는 되려나보다 싶은 기분이다.
되도않는 남들이 좋다는 일 따위. 벌어본 적도 없는 큰 돈 욕심 따위.
갖지못해 전전긍긍하는 마음과 실제로 없어 불편한 현실의 크기가 같다면
아니지. 전전긍긍하거나 말거나, 실제로 없는건 마찬가지지.
그냥 하고싶은일을 실컷 하고 살기로 했다.
나는 이제 작가나부랭이로, 주정뱅이화쟁이로 살테다.
어차피 이거 말고 다른 걸 한다 한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돈에 대한 갈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지.
기술창업이 어쩌고 융복합 컨텐츠가 씨발 어쩌고 어째.
현재를 치열히 살아가는 나는 나름의 변화를 매 순간 겪고 있으며
이는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기에, 나만 표현할 수 있는 변화이고
나로 살아 본 사람은 나 뿐이기에, 나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몰랐던것도, 하고싶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막연히 더 나은게 없나 쩝쩝거렸을 뿐.
내 것 되지 않을 것들에 대한 욕심도. 애초에 될 수 없던 좋은 사람따위 되는 일도.
반환점을 정한 지금, 내가 팔아먹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값나가는 건 바로 나다.
두상이 잘생겨서 멋있다야.
최근 십 년간 들어 본 응원 중에 가장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