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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손 Mar 08. 2020

안방에 작업대를 놓으며

안방에 있던 소파를 치우고 작업대를 놓으며

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지려 노력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깟 게 뭐 대단한 거냐며


혼자 쓰는 방의 책상 각도를 보기 좋을 때까지 수십 번 바꾸며,

고작 냉동실에 넣어 놓을 밥을 위해 압력밥솥을 검색해가며,

누가 오지도 않을 방의 커튼을 색상과 재질까지 골라가며.

그깟 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저 하루 세끼 잘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나는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행복하고 싶다며, 지금 행복하지 않다며.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먼저

나에게 물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지 않았나

나의 이야기를 했어야 하지 않았나


멀리 돌아 지금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쉬운 호감이었으면, 어렵지 않은 회화였으면,

너무 진하지 않은 막걸리 같았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사랑받았으면, 그래서 내가 위로 받았으면

첫사랑 만큼이나 절절한 이 마음 외면하며 살아온 나에게

괜찮다 말해줄 수 있으면

괜찮다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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