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다양하지만 수업을 공개하는 공통적인 맥락이 있다. 그리고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공개수업의 이름대로 수업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대상이 정해진다. 오늘은 이 많은 공개수업들 중 학부모 대상의 공개수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초임시절, 학부모 공개수업을 준비하던 나에게 선배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중요한 건, 네수업이 아니야. 수업의 기승전결, 수업 전략 따위는 별로 안 중요해. 내 아이가 잘 앉아 있느냐, 내 아이 주변의 친구들이 내 아이를 건들이지 않는지, 그리고 내 아이가 발표를 하는지.수업 보러온 엄마아빠들은 자기 아이밖에 안보이거든. 선생님 보러 오는게 아니야. 포인트 잘 잡아."
이 말을 지금 내가 후배 선생님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수업에서 모든 아이들의 발표가 있어야 하고,
모든 아이들이 학습목표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수업.
올해도 준비해 본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40분 자리에 앉아서 집중하는 것, 정말 어렵다. 평소에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아이가 집중 못하는 모습을 본 부모님들은 내 아이의 집중력 보다는 외부적인 원인을 찾아 비판하려든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 딴짓 하는데도 그냥 두시네요.
수업내용이 알차지 못해 우리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네요.
주변 아이들이 산만해 우리 아이가 덩달아 산만해지는 것 같으니 자리배치 바꿔주세요.
부모님들이 이런 말들을 쏟아내는가 하면,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의 평소 모습을 보고 부모님도 가정에서 좀 더 신경써주길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바라는 교사의 마음과는 달리 엄마아빠가 뒤에 있으니 기가막히게 바르게 수업을 마치는 아이들도 있다.
교사는 수업중 일어나는 변수들을 생각하며 미리 하나씩 통제해 나가려 노력해본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나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이 바뀌게 된 이유는,
먼저 모든 변수를 생각하고 통제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조금은 즉흥적이고, 다양하고, 생각치 못한 변수들이 일어나는 수업이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 있을 수 있는 기회는 일년에 한번이다. 이 딱 한번의 기회는 희소성이 있으므로 매우 가치있다. 이 기회를 조금 더 잘 활용하고 싶었다.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만나는 부모님과 아이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고 난 이 후로는,
안전한 수업을 하기보다 재미있는 수업을 선택한다.
누가 재미있냐고?
내가.
철저히 내 중심이다. 내가 재미있는 수업을 해야 내가 가끔 작두도 탄 것처럼 수업에 심취해서 즐겁게 수업이 진행된다.
그래서 올해도 내가 재미있는 수업을 준비해 본다.
같은 수업을 하길 원하는 학년의 분위기가 있어 내가 준비한 수업을 공유하려 했는데, 까였다.
보다 못한 다른 선생님께서 아주 꼼꼼하게 수업을 준비해서 그 수업을 다들 준비중이다. 다른 분이 준비해주신대로 하면 그것도 참 좋은 수업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별로 재미가 없어 보였다. 이왕 하는 수업, 내가 작두타는 기분으로 기분 째지게 재밌게 하고 싶다. (원지한테 배움. 째지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