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에 대한 나불나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승진"이라는 말은 참으로 무거운 단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단어의 무거움에 못이겨,
일찌감치 승진의 길로 접어드는 사람도 있고
일찌감치 승진과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뒤늦게 승진의 길로 접어드는 사람도 있고
뒤늦게 승진의 길에서 벗어나는 사람도 있다.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다.
승진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은 다르다.
하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승진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대단하다.
각종 연구대회, 보고회, 성과회 등 편하게 보내는 나날들이 없어보인다.
그리고 근무시간 외에도 참 바빠보인다.
아, 저렇게 해야 승진하는구나.
곁에서 보는 내가 숨이 차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승진을 향해 달리던, 그렇지 않던 우리는 모두 교사라는 것이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수업이 아닌가.
그리고 초등교사라면 학급경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승진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의 발자국에 정작 아이들을 위한 수업은 보이지 않는다.
승진을 위한 가산점 그 어디에도 "담임교사로서의 경력"은 없다.
그래서인지 승진을 위해 몇년 준비하던 사람들을 보면 "이제 담임 못하겠어." 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나만 이 말이 좀 이상한가?
뭐, 꼭 해야하는 상황이면 하겠지만 딱히 해야할 이유가 없는데 그 힘든걸 왜 하냐. 이런 말이다.
승진에 있어서 담임은 그냥 "궂은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궂은 일"이 초등에서는 참 중요하다.
다들 담임 하기 싫어하는데, 담임교사에 대한 보상은 이리도 박하다.
담임이 수업도 하고 학급경영도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궂은 일"을 아무렇지 않게 잘 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그 선생님 반에 들어가면 나도 안정이 될 것 같은, 편안하도 따뜻한 그런 반.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중요하고 힘든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승진하는게 맞지 않나?
이런 소소한 의문.
승진점수에 가산되는 영역을 보면 과연 이것이 교육의 발전에 이바지한 것이 맞나 하는 것도 있다.
각종 연구대회들이 많이 있고, 그 연구대회 결과에 따라 승진점수가 부여된다.
그런데 나는 놀랍게도 일선에서 한번도 연구대회 1등의 교재다, 수업자료다 하는 걸 이용해본적이 없다.
내가 수업에 자주 이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디스쿨>이다.
초등 선생님들이 모인 공간, 그 공간에서 정말 놀라운 아이디어들과 자료들이 쏟아진다.
나는 그 어떤 연구대회 자료보다 <인디스쿨>자료를 잘 활용한다.
나만 그럴까? 장담컨데 절대 아니다.
연구대회가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에 일조하고 그 공을 인정하여 승진가산점으로 부여한다는 그 전제가 참 아이러니해지는 때가 많다.
연구대회 뿐 아니다.
각종 가산점들의 항목을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그 항목들이
과연 교육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조직이니까.
학교도 교사도 거대한 조직속에 있으니까.
어느 정도 불합리하고 이해안되는 일도 넘어가줘야 조직이 굴러가니까.
그래서 이 의문도 뭉개버리고 그냥 넘어가야할까.
그런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무거워할 그 "승진"이라는 문제가
사뿐히 발로 뭉개버릴 그런 가벼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때까지 그래왔으니까,
승진하려면 당연히 이래왔으니까,
그만하자.
세월이 변한만큼,
환경이 변한만큼,
승진제도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변화의 바람이 꼭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