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긴 합니다.
교실청소.
누가하나?
당연히 학생들이 하지!
우리도 다 하고 자랐잖아!
그건 요즘 교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나의 중요한 일과중 하나는 아이들을 보내고 교실을 청소하는 일이다.
청소당번?
있다.
근데 요즘 아이들, 청소할 줄 모른다.
그리고 청소할 시간이 없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10~20분 정도 청소를 하고 마쳐야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는 그 시간에 학원스케줄이 시작된다.
조금이라도 늦게 마쳤다가는 내 전화기며 교무실 전화기며 불이 날거다.
그러다보니 그런걸까,
아이들에게 청소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참 어렵다.
첫번째 어려움이 시간이었다면,
두번째 어려움은 도구다.
아직 교실의 청소도구는 빗자루다.
요즘 가정에 빗자루로 청소하는 가정, 없다.
아이들은 이 생소하고 생소한 빗자루를 교실에서 처음 접해보는 거다.
집에 돌아가면 로봇청소기가 청소하는 걸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빗자루로 청소를 하려니 이거 원 청소 같은 청소는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자기 자리 주변 쓰레기나 지우개가루 정도만 간단히 청소하고 얼른 보낸다.
그냥 내가 하는게 빠르고 편하고 깨끗하다.
다른 직종에 근무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의 사무실과 복도를 직접 청소하는 경우는 잘 없더라.
나더러 되려 물었다.
청소하는 인력, 없어?
왜 너가 청소해?
그러게나 말이다.
휴.
올해 배정받은 교실에서 계단이 가깝다는 이유로 우리반에 배정된 계단청소는,
나의 방과후 일과를 하나 더 만들어 주었다.
교실, 복도에 이어 계단까지 청소하게 생겼다.
이런.
아, 화장실 청소해주시는 분은 계신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지난 연말에 예산을 정할 때,
복도와 계단청소 인력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자고 건의했다가 대차게 까였다.
교무실에서 단박에 돌아온 대답은,
"선생님들 편하려고 그러지 뭐."
였다.
"좀 편하면 안됩니까?"
받아쳤어야하는데, 아직 내공이 부족한가보다.
오늘도 계단을 청소하며 속으로 되내어 본다.
"좀 편하면 안됩니까?"
이렇게 일년 연습해서 이번 연말에 꼭 얘기해야지.
화이팅.